[SBS 연예대상①] 유재석·김병만, 공동수상 끄덕이게 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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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허탈함과 허무함을 안긴 공동수상을 올해 최고의 '나쁜 (예능) 녀석' 유재석과 김병만이 살려냈다. 역시 대상은 달라도 달랐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BS '2015 연예대상'은 '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유재석과 '정글의 법칙' '주먹쥐고 소림사'의 김병만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겼다.

장장 세 시간이 넘게 진행된 '연예대상'의 엔딩은 역시나 대상. 후보로 '런닝맨' '동상이몽'의 유재석, '아빠를 부탁해'의 이경규, '스타킹'의 강호동, '동상이몽'의 김구라, '정글의 법칙' '주먹쥐고 소림사'의 김병만 등 초특급 예능 거물이 이름을 올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았다. 일단 한 해의 공헌도를 따졌을 때 유재석과 김병만으로 후보가 압축됐고 대상을 향한 치열한 2파전을 예고했다.

사진=SBS '2015 연예대상'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런닝맨'을 이끌고 최근 파일럿 '동상이몽'을 정규에 안착시키는 데 공을 세운 유재석은 대상을 발표하기 전 "SBS 대상은 은근 이상 기대했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나 자신한테 너무 실망하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왔는데 시간이 갈수록 손에 땀이 난다. 나 스스로 자책하고 있다. 난 '나쁜 녀석'이다. 나는 혼나야한다"고 고백했다. 이어 "대상 시상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이 난다. 나는 정말 마음을 비우고 왔는데…. 나는 아주 '나쁜 녀석'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지만 나는 '나쁜 녀석'이다. 미치겠다. 난리가 났다. 농담이 아니다"며 땀으로 흥건해진 손을 연신 닦았다.

금요일 저녁 동시간 시청률 1위를 지켜낸 '정글의 법칙' 김병만은 유재석을 향해 "이 자리에 오면서 '나쁜 녀석'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재석 형님처럼 똑같이 정말 나쁜 놈인 것 같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그는 "'연에대상' 1부에서 우리 팀이 정말 많이 받았다. 많이 받았는데 자꾸 '하나만 더'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큰 거 하나만 더 받았으면 좋겠다. 평소 재석이 형이 되게 좋아 보이는데 오늘은 되게 나빠 보인다"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SBS '2015 연예대상'

그야말로 '나쁜 녀석들'의 격전지가 된 '연예대상'. 발표 직전 MC 이경규·장예원·전현무가 "공동수상은 없다"고 못을 박는 바람에 시청자와 후보들은 더욱 긴장해야만 했고 결과는 마치 어느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공동수상'이었다. 맥이 빠지고 황당한 상황에 장내는 순간 벙벙해졌고 뒤늦게 전현무가 나서 "돌발상황이다. 우리도 공동수상을 전혀 몰랐다"며 철저한 보안을 실수의 이유로 꼽았다.

다소 황당한, 그리고 어이없는 '공동수상'에 시청자는 볼멘소리를 낼 찰나였지만 이를 불식시킨 건 유재석, 김병만의 진심 어린 그리고 뭉클한 감동 소감 때문이었다.

먼저 입을 연 김병만은 "유재석 선배 말처럼 사람인지라 '혹시 내가 받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선배들 앞에서 그 아우라를 이기기 힘들다. 지난 2013년에도 대상을 받고 그 무게감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 또 이 상을 다시 받게 되면 어떻게 감당하지 싶다. 그런데 우리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받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장에 온 많은 연예인은 알 것이다. 같이 비박하면서 우리보다 더 힘들게 촬영한다. 화면에 안 나오는데 그 뒤에서 인상한 번 안 쓴다. 서로 같이 다쳐도 연예인들 먼저 치료를 하라며 기다려주는 그런 스태프들을 보면…"이라며 울먹였다. 이어 "이 상을 받아서 그런 스태프들에게 더 보람있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위험한 순간도 많았고 그때도 항상 연기자를 먼저 챙기는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 2013년 내가 '소림사로 간다'고 말했는데 '정글의 법칙'과 그때 말한 '주먹쥐고 소림사'로 상을 받게 돼 너무 좋다. 내년 더 열심히 '주먹쥐고 정글'을 하겠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김병만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재석은 "김병만과 이 큰 상을 같이 받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형다운 아량을 드러냈다. 그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농담으로 밑에서 '욕심난다'고 했는데 사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올해 '런닝맨'은 많은 시청자의 기대를 채우기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멤버들과 온 스태프는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스스로 반성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올해 모자랐던 웃음 올해 모자랐던 부족함은 2016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채우겠다. 2016년, 동 시간대 1등 꼭 해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매년 있는 감동의 수상소감이지만 올해 유재석, 김병만의 소감은 본인들 외에 동료, 스태프, 그리고 시청자를 눈시울 적시게 만들었다. 함께 고생한 이들에게 담아뒀던 고마움을 고백하고 부족했던 자신의 활약에 자책하는 모습을 밝히는 등 '연예인' 아닌 '인간'으로서 진심을 올곧이 꺼내놨다. 2015년의 마지막을 웃겼다 울리게 한 두 녀석. 정말 '나쁜 녀석들'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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