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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시원 "군입대로 20대 마무리, 인생 2막 향해 전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11-17 10:03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주황색 비니 모자에 캐주얼 차림. MBC '그녀는 예뻤다' 마지막회에 등장한 모습과 똑같다. '똘기자' 김신혁이 TV 화면을 찢고 튀어나온 듯하다. 종영 다음날인 12일 서울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최시원은 극중 대사를 빌려와 "특별히 모스트스럽게 입어봤다"며 능청스럽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더니 직접 마이크를 들고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넉살과 위트도 '똘기자'스럽다.

잘 생긴 외모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재치있게 비트는 유쾌한 대반전. 최시원이 이렇게 웃길 줄 몰랐다. 그동안 코미디 본능을 감추고 멋있는 척하느라 답답했을 것 같다. 15년간 함께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가 드라마를 보더니 "원래 네 성격이 저렇지?" 물었다고 한다. 최시원도 스스로 "캐릭터와 실제 성격이 비슷했기 때문에 더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매사 장난스러운 듯하지만 못난이 여주인공의 예쁜 마음씨를 먼저 알아본 '진실함'이 '똘기자' 김신혁의 진짜 매력이다. 최시원은 "평소엔 자유분방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절제의 미덕이 있어서 김신혁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최시원의 연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다.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데만 집중했다"는 최시원은 자신에 대한 호평을 작가와 감독, 그리고 연기호흡을 맞춘 황정음의 공으로 돌렸다. '겸손'은 똘기자와 어울리지 않지만, 제작진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최시원의 말에는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덥수룩한 수염은 최시원이 캐릭터의 반전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세계적 소설가 텐이 바로 김신혁. 그가 말끔히 면도를 하고 정체를 드러내자 반전의 효과가 더 컸다. "수염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데 드라마 캐릭터라서 시청자들이 이해해준 것 같아요. 드라마 시작 때부터 면도를 하는 마지막 컷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정체를 밝히는 순간, 사이다처럼 시원한 감흥을 주고 싶었거든요. 수염 관리 때문에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고맙죠."

재치 있는 명장면도 여럿이다. 황정음이 최시원 입에 넣어준 단무지가 자석처럼 혀에 찰싹 달라붙는 장면, 모스트 편집팀이 노래방에 가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는 장면, 특별출연한 개그맨 이상훈과 개그 코너 '니글니글'을 패러디한 장면, 중국판 '우결'에 함께 출연한 모델 리우웬의 이름이 등장하는 장면 등이 화제가 됐다. 최시원은 "특히 김신혁의 바지가 찢어지던 장면은 볼 때마다 웃기다"면서 "SNS에도 사진을 올렸다"고 화통하게 웃었다.


글로벌 스타이자 한류 아이돌로서 이미지를 완전히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최시원의 생각은 달랐다. "제가 좀 비호감이잖아요.(웃음) 저에 대해 대중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게 양날의 검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 즈음 '드라마의 제왕'이란 작품을 만났어요. 극중 직업이 연예인이었는데, 까칠하고 인간미 없는 인물이었죠. 전형적인 이미지를 넘어서기 위해 코믹하게 풀어냈죠. 그후 2년간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캐릭터가 한정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녀를 예뻤다'에선 더 욕심이 생겼어요. 제가 슈퍼주니어잖아요. 희철, 이특, 신동, 은혁처럼 재밌는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 있으니 코미디도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도 워낙 유쾌한 걸 좋아해요. 저 알고 보면 굉장히 웃긴 사람이에요."

MBC '무한도전'의 새 멤버 '식스맨' 최종후보에 올라 그만의 유쾌함을 마음껏 펼쳐내기도 했다. "'무한도전'에서 제가 한 일은 포춘쿠키를 보여드린 것밖에 없어요.(웃음)" 포춘쿠키는 최시원의 다소 민망한 사이클 복장을 비유하는 단어. 최시원의 넉살에 기자간담회 현장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유쾌한 그 모습 그대로 최시원은 19일 논산으로 간다. 국방의 의무가 그를 기다린다. "군대 2년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그래서 제대 후 30대가 됐을 땐 도전하고 싶었던 일들을 향해 진격할 생각입니다. 언제나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벌써 2년 후 계획이 준비돼 있다. 웹툰 '인터뷰' 판권을 구입해 미국에서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 제안받는 작품은 대부분 악당이거나 뚱뚱한, 왜곡된 동양인 캐릭터예요. 미국만 세계를 구하란 법이 있나요. 동양인 영웅처럼 틀을 깨는 역할을 맡고 싶어요."

연말이면 한해의 감사한 일을 적어본다는 그는 "작년엔 33개 적었는데 올해엔 68가지를 적었다"고 했다. "연초엔 영화 프로모션을 하면서 할리우드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슈퍼주니어로서 스페셜 앨범을 내고 콘서트도 했죠. '무한도전'과 '그녀는 예뻤다'로 시청자들께 사랑도 받았고요. 많은 사랑을 받을수록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제대 후에도 많은 분들께 위안과 웃음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딱 2년만 기다려주세요." suzak@sportschosun.com·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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