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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4대천왕' 정형돈의 가려진 아픔, 결국 곪아 터졌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5-11-12 14:01


사진=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언제 어디서나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희극인의 숙명을 감당하며 자신을 가두고 옭아맸던 정형돈. 곪을 대로 곪은 아픔이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정형돈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형돈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져 방송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고 결국 제작진과 소속사 및 방송 동료들과 상의 끝에 휴식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휴식기 동안 건강 회복에 전념할 것이다. 소속사 역시 정형돈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정형돈이 빠른 시일 방송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정형돈의 방송중단 선언으로 방송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간판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KBS2 '우리동네 예체능',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등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정형돈의 빈자리를 두고 대책을 마련 중이며 최근 정규로 편성된 MBC '능력자들' 역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쳐갈지 고민에 빠졌다. 물론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안위 보다 정형돈의 건강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정형돈의 쾌유를 빌며 기다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형돈의 방송 중단 선언은 연예계는 물론 대중들 사이에도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4대 천왕'이라 불릴 만큼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꽉 잡고 있는 그가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도, 더는 방송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는 점도 놀랄 일이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해도 최현석의 냉장고 속 재료를 이용해 맛깔나는 요리와 이보다 더 맛깔났던 웃음을 선사했던 그였기에 방송중단 선언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형돈의 불안장애는 절친한 지인들 사이에서는 걱정의 대상이었다. 정신적인 고통을 자주 호소하는 정형돈을 보며 조언을 하거나, 실제로 정신과 상담의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스스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극복하려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드러낼 수 없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불안 증세가 계속됐다. 결국 카메라 앞에 설 수 없는 상황까지 오고야 말았다.

앞서 몇몇 프로그램을 통해 정형돈은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은 바 있다. 과거 '무한도전'에서 시행한 정신 분석 테스트에서 정형돈은 "긴장감과 불안감이 높고 자신감이 낮다. 내재된 공격 성향이 있고 안 어울리게 중재하고 리딩하는 데 관심이 높다. 몸은 박명수지만 머리는 유재석이다"라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았고 최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는 "사람들을 무서워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야 조금 더 조심스러울 수 있고 나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아버지는 인자하지만 가끔씩 긴장하게 하고 무섭지 않나? 대중들이 내겐 아버지처럼 느껴진다"며 스스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인들이 밝힌 것처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지만 꽤 속앓이를 했던 절실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 측근은 스포츠조선에 "오죽했으면 정형돈이 방송을 중단하겠나. 그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정형돈이 몇 년 전부터 불안증세를 호소했다. 가까운 사람들은 정형돈의 상태를 잘 알고 많이 걱정했다. 이렇게 몇 해를 더 버티던 정형돈이었지만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방송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을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변의 걱정 속에서도 정형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출 수 없었다. 마음의 병보다 자신의 일이 더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대중 역시 그의 고백에도 아픔을 쉽게 체감하지 못했다. 정형돈은 여전히 익살스러웠고 쾌활했다. 행동 하나하나 웃음이 터졌고 촌철살인 돌직구로 시원함을 안겼다. 그러나 정형돈은 사실 울고 있었다. 천왕의 무게, 희극인의 비애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었고 이제 한계치에 도달해 잠시 휴식을 요청했다.

대중은 그의 부재를 아쉬워했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4대 천왕의 왕관을 잠시 내려놓고 인간 정형돈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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