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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이범수 "첫 비지상파 출연,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5-09-11 17:22


배우 이범수가 11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이범수는 JTBC 금토드라마 '라스트'에서 노숙자들을 거느리고 100억대의 지하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낸 악역 곽흥삼을 연기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배역은 주인공 보다는 그 반대편에 서있는 악역이다. 작품에 담긴 악역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따라서 팬들은 그 작품을 향해 찬사를, 때로는 날선 목소리를 낸다.

작품의 매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롤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악역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악인이 이런 일을 행하는 것에 대해 보는 이를 설득시켜야하고 한 번에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매혹적이여야 하나 사랑하기 힘들 정도로 악해야 한다.

이토록 소화하기 어려운 악역을 이범수는 연달아 다른 매력으로 완벽히 소화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절대악(惡) 살수 역을 맡아 영화의 '신의 한 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종영(12일)을 앞둔 JTBC 금토극 '라스트'에서 노숙자를 거느리고 100억 규모의 자하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낸 괴물 곽흥삼 역을 맡았다. '신의 한 수' 살수가 뿌리부터 철저히 악에 점철된 인물이라면 곽흥삼은 부모님의 죽음, 동생과의 이별, 처절한 밑바닥 생활등 최악의 인생 속에서 탄생한 인물. 이 것이 악랄한 그의 얼굴 뒤편으로 쓸쓸함이 감도는 이유다.

1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범수는 '라스트' 속 냉혈한과는 달리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라스트'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 마다 "정말 정말 행복했다"고 힘줘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배우 이범수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라스트'가 첫 비지상파 드라마다. 지상파 드라마만 출연하다가 비지상파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무소의 뿔처럼 가고 싶었다. '내가 왜 비지상파에?'라는 생각은 1초도 들지 않았다. 거부하기에는 작품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이고 함께하는 배우와 스태프까지 구성원이 너무나 훌륭했다. 그리고 웬걸? 촬영에 들어가고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거다. 기자간담회 때도 언급했지만 우리 드라마는 사전제작과 다름 없었다. 쪽대본도 없었고 배우들이 연기를 펼칠 시간이 충분했다. 비지상파 드라마를 한 단계 낮게 보고, 지상파를 '어른', 비지상파를 '애들'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라스트'가 보여준 제작 시스템이야 말로 진짜 어른스러운 행보인 거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 면에서 더욱 아쉬울 것 같다.

"맞다. 수치적으로 아쉬운 게 사실이다. 우리 드라마는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다 보니 TV로 본방사수를 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또 우리 드라마는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드라만데, 남자들은 기를 쓰고 제시간에 드라마를 챙겨보려 하지 않지 않나.(웃음) 수치적으로 아쉽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길을 지나다니면 과거 시청률이 20~30% 나왔던 '온에어' '외과의사 봉달희'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같은 작품을 했을 때의 반응이 나와 놀라웠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날 '곽흥삼!'이라고 부르고 먼저 와서 말을 걸어오는게 신기했다. 그렇기에 단순히 시청률 많으로 평가하긴 아쉽다.


-'짝패'의 장필호, '신의 한 수'의 살수에 이어 악역을 택했다. 같은 악역의 모습이 답습되지 않도록 차이점을 뒀어야 했을 것 같은데.도전해보고 싶었다.

"다시 악역을 선택하는 것만큼 골문이 좁아지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악역이지만 캐릭터마다의 역사가 달랐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신의 한 수'의 살수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는 은밀한 뱀 같은, 처음부터 냉혈한으로 표현된 인물이었다. 하지만 '라스트'의 곽흥삼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진흙탕 개싸움을 하며 밑바닥부터 올라온 인물이다. 많이 맞아도 보고 비겁한 일도 해보고, 배신도 해봤을, 살수보다는 더 양아치같은 인물이다. 한마디로 살수가 10전 10승을 거뒀던 실력파라면 곽흥삼은 100전 23승 정도는 됐을 거다. 살수처럼 차갑고 속을 모르겠는 캐릭터가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불량스러움과 삐딱함이 베어나오는 캐릭터를 연기하려 애썼다. 곽흥삼의 대표적인 대사인 "젠틀하게 살자"가 그 느낌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젠틀하게 살고 싶지만, 결국 젠틀하게 살고 있지 못한 인물이랄까.

-과거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 등의 작품을 통해 '훈남' 이미지를 쌓았는데, 최근에는 악역을 주로 한다. '훈남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없나.

"물론 맡고 싶다. 하지만 '굳이 훈남 캐릭터를 맡고 싶다'가 아니라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싶은 거다. 모든 배역에는 매력이 있다. 어떤 매력은 더 매력있고 어떤 배역은 덜 매력있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언제든 어떤 배역이들 출격할 준비가 돼 있다.(웃음)"


배우 이범수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노숙자들을 이끄는 지하세계 리더를 연기했는데, 배역을 위해 노숙자들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나.

"일부러 하지 않았다. 전작 '외과의사 봉달희'를 하기 전에는 직접 병원을 다니며 실습도 해보고 '오!브라더스'에서 조로증 걸린 어린아이를 연기했을 때는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곽흥삼은 노숙자들로 이뤄진 지하세계 조직의 1인자이지 노숙자가 아니다. 그래서 굳이 노숙자들을 관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곽흥삼이 노숙자 였으면 물론 체험까지 해봤을 거다."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코믹한 작품이건 무게가 있는 작품이건, 주로 한켠에 외로움을 간직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더라. 외로운 캐릭터에게 끌리는 건가.

"외로운 캐릭터 자체에 끌린다기 보다는 내가 그리는 인물이 단선적이길 원치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인간에게는 다 액면과 이면이 공존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왕이면 액면과 이면이 다른,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한다."

-최근 무거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 이범수 특유의 코믹하고 소시민적인 연기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도 많다.

"일부러 악역이나 무거운 역할만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일단 최근에는 악역 같은 센 역할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 연기를 펼칠 수 있을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려고 한다. 최근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캐릭터가 다 센 캐릭터였던 것 같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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