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여덟 번째 주자는 반전과 역전의 힘을 가진 모델 민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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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기(이하 민) : 원래는 축구를 했었어요. 길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 썩 잘 하는 편도 아니었죠.
민 : 하하하. 골키퍼였어요. 그런데 축구를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실력이 안된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살면서 정말 열심히 한 일 중 하나가 축구였죠. 계속 되는 경쟁 속에 실력도 실력이지만 멘탈이 힘들었어요. 결국 대학 1학년까지 운동하다가 그만두게 됐죠.
이-인생에 전부였던 축구를 관둔 다음에는 무엇을 했나요?
민 : '나는 축구만 할거야'라며 살다가 스무살 어린 나이에 그렇게 되니 고민을 많이 했죠. 고등학교 때 부터 친구들로부터 '모델 해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발을 뻗었어요.
이-원래 옷을 좋아했나요?
민 : 전혀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친구들 권유를 떠올리며 패션 디자인학과에 입학했는데, 그러면서부터 점점 관심이 생겼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전략을 세운 것이 한국에서 일하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으니 중국으로 가자였어요. 여름방학 때 중국 상하이로 가서 현장실습을 해었죠. 그러다 다시 한국에 왔는데 아는 형 소개로 모델 에이전시 대표님을 만나게 됐어요. 당시에는 살도 지금보다 쪘기에 당장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고,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한 달 만에 6~7kg를 빼고 매일 운동하며 유지했어요. 헤어스타일도 조금씩 바꿔봤고요. 원래는 긴 머리였는데 그렇게 시도하다 지금의 일자 머리를 찾게 됐죠. 그러던 어느 날 '프로필 찍고 같이 일하자'는 이야기를 마침내 듣게 됐어요. 이듬 해인 2013년 데뷔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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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 남자 모델 대부분이 예쁘고 멋있어요. 그래서 제 얼굴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하지만 동시에 '나 같은 사람은 없네'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 부분을 생갭다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맞아요. 사실 오히려 그래서 경쟁력이 있었던 것인데, 막상 뛰어들어보기 전에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저 역시도 '모델은 다 쌍꺼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데뷔했어요. 지금이야 '카리스마 있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당시에는 '음, 유니크하네' 정도였어요. 장윤주 송경아와 경쟁해야 했는데, 늘 오프닝이 장윤주 아니면 송경아였죠.
민 : 한국에서는 확실히 예쁜 친구들이 많아서 제가 '센 캐릭터'로 뭔가 포인트 같은 느낌으로 등장하는 것 같아요.
이-외국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민 : 외국에서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스톤 아일랜드 같은 뭔가 센 느낌의 브랜드에만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초반에 다 그런 쇼에 서게 됐어요. 클래식한 느낌에는 안 어울릴 것이라고 저 스스로 생각했죠. 그러던 차 tod's 캐스팅을 갔어요. '되지도 않을텐데, 집에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도 '이상하네, 쓰지도 않을 건데 왜 좋아하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대가 없었어요. 예상 밖에 결국 하게 됐어요. 아시아인은 딱 3명이었고, 그 외에는 흑인도 없고 백인의 프린스 차밍 느낌의 모델들만 있더라고요. '아,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건가' 싶었죠.
이-마지막 순간까지 불신을(웃음).
민 : 그런데 하고 나서는요. 뭐랄까. 어쩌면 이쪽에서 보는 눈은 다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민준기가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은 뭘까요?
민 : 시도를 많이 해보고 있어요. 한국에서 일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특히 뉴욕을 생각 중이에요. 그 쪽을 베이스로 잡고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 노력 중이에요. 또 이미지도 바꿔야 할 것 같고요.
이-그래서 블로그를 하는 건가요? 귀여운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웃음).
민 : 글 쓰는 것 좋아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하다보니까 그런 귀여운 표현들도 들어가더라고요. 요즘은 많이 못해요. 예전에는 거의 매일 했는데, 지금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죠.
이-민준기에게 롤모델은 있나요?
민 : 모델로서도 있고 인생 전반에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어요. 남자 모델 중에는 한국에서는 활동을 하지 않는 나대혁 씨가 있고요. 인생 전반에서는 축구선수 이영표가 롤모델이에요. 두 분다 인성이 훌륭하시죠. 많이 보고 배워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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