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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김수현 고생길, 왜 '미생'이 될 수 없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5-05-17 09:46


'프로듀사' 공식 포스터

왜 그랬을까.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가 드디어 시청자들과 만났다. 16일 방송된 1화는 1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7일 방송된 2화는 10.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자면 나름 괜찮은 결과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제발 인터뷰 좀 없애달라', '억지 개그 같았다', '차라리 예능국 실상 다큐를 찍어라'는 등 혹평이 쏟아졌고 호평을 내린 쪽도 스토리와 연출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드물다. 왜 이런걸까.

'프로듀사'처럼 '메가 드림팀'으로 구성된 작품도 드물다. 더욱이 '개그콘서트' 등을 연출하며 예능국에서 잔뼈 굵은 서수민PD의 드라마 데뷔작이라는 점도 화제몰이의 한 요인이 됐다. 모두 박지은 작가의 스피디한 전개와 여자주인공을 통해 전달되는 개그, 그리고 예능국 출신 PD의 예능감이 더해져 굉장한 시너지를 낼 거라 예상했다. 그러데 뚜껑을 열고 보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시트콤과 다큐, 드라마를 한데 버무려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다큐 포맷이다. 신입PD의 하루를 따라가는 다큐 형식을 가미해 극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상황 설명이 이어진다. 드라마는 때로 생략과 암시의 미덕이 중요한데, 쓸데없이 부연 설명이 길어지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졌다. 툭툭 튀어나오는 인터뷰 영상은 극의 맥을 끊고 몰입도를 떨어지게 했다. 대놓고 KBS 예능 프로그램 홍보를 한다거나 나영석PD 등 실존 인물을 들먹이며 뒷담화 하는 모습 역시 거슬렸다는 의견이 많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하지만 원론적인 문제는 이 작품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프로듀사'는 처음부터 '고스펙 허당 예능국PD들의 리얼 스토리'를 표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달랐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기엔 말도 안되는 설정이 쏟아졌다. '뮤직뱅크'는 아직도 생방송이 끝나면 전 출연진이 PD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하는 시스템이다. PD가 의상, 혹은 안무 변경을 요구하면 대기실 복도에서 안무가와 영상 통화를 해서라도 바로바로 PD의 요구에 응한다. 철저하게 PD가 '갑'이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런데 신디(아이유)가 탁예진(공효진)에게 "의상 체인지를 못하겠다"며 대들고 "의상을 갈아입을 수 없으니 방송 출연을 못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상황, 탁예진이 신디에게 사정사정하는 모습은 어불성설이다. '갑의 을 코스프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백승찬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백승찬은 '1박2일' 팀에 배정된지 다섯 시간 만에 윤여정에게 하차 통보를 하라는 명을 받고 홀로 출격했지만 제대로 말을 전하지 못해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결국 모두에게 미운털이 박힌다. 한 관계자는 "거의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막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선임은 어디에나 있겠지만 대선배에게 하차 통보를 그런 식으로 할 수 있을리가 있겠나"라며 황당해 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렇게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뒀다면서도 픽션이 계속 가미되니 괴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똑같이 신입의 설움, 을의 설움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미생'과 다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미생'은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의 스토리를 그대로 풀어냈다. 장그래(임시완)가 왕따 당하거나 억울하게 위기에 몰리고, 오차장(이상민)이 친구에게 무시당하고 상사의 농간에 괴로워하는 모습 등은 대한민국 국민이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진정성이 떨어진다. 장그래는 낙하산이라 초반 어리바리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런데 '프로듀사'의 백승찬은 서울대 출신의 고학력자로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심하게 어리숙하다. 고문관 수준이다. 입사 계기도 황당하다. 짝사랑 상대를 찾아 무작정 방송국에 입사했다. 첫 출발부터 현실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다. 또 PD가 '을'의 입장은 아니다. 그런데 '프로듀사' 속 PD는 매니지먼트, 연예인, 직장 상사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존재로 그려진다. 현실과는 정반대다. 그렇게 억지로 '갑'이 '을'이 되려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렇게 회사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답니다'라는 칭얼거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현재 '프로듀사'는 배우들이 지켜주고 있다. 아이유는 아직 신디 캐릭터를 입기에 내공이 부족한 듯 하지만, 김수현 공효진 차태현이 발군의 연기력으로 모든 걸 메꾸고 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흐름 끊기는 연출을 이 세 사람이 짊어지기엔 무게가 너무 무겁다. 이제는 제작진이 '미생', '오피스', '온에어'를 다 엮으려는 욕심을 낼 때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때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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