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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도롱 또똣'이란 드라마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이러했을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 하거나, 혹은 잘못 들었나 싶어 '뭐?'라고 되물어보거나. 약간의 '번역'이 필요한 제주 방언이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분 좋게 따뜻한'이란 뜻을 알고 난 후에도, '맨도롱 또똣'이란 말이 한번에 와닿지는 않는다. 어찌됐든 머릿속 번역기를 한번 거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이 전달하는 드라마의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다. 한마디로 뭔가 애매하다.
건우의 레스토랑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두 주인공이 10년 세월을 건너서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 오직 '우연'에 의해서만 전개돼 다소 밋밋했다. 첫 만남 때나 재회했을 때나, 둘을 엮어준 아주 사소한 계기도 사건도 없었다. 이런 밋밋함은 그들 각자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처지를 설명하듯 전개되다 보니 전체 줄거리가 싱거웠다. 성이 다른 형제가 있는 건우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을 거란 단서 정도가 그나마 호기심을 자아냈다. 캔디와 재벌남 캐릭터도 '화병 걸린 개미와 애정 결핍 베짱이'라고 표현을 달리했을 뿐 차별화되는 개성은 없었다.
줄거리의 성긴 틈새를 메운 건 코미디 요소들이다. 김원효·심진화 부부와 뮤지의 깜짝 등장, 카메오 소지섭의 '주군의 태양' 명대사 패러디, '미생'의 안영이 캐릭터를 연상시킨 강소라의 러시아어 장면, 제주 방언의 자막 처리, 판타지 장면의 만화적 연출 등 센스 있는 장면들이 쏠쏠한 재미를 빚어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그 풍광을 감성적으로 전달한 화면의 따뜻한 질감, 무엇보다 두 주연배우 유연석·강소라의 케미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센스와 잔재미만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어두는 건 이야기가 지닌 흡인력이다. 센스와 재치가 탁월해서 그런지 아직 첫회를 방송했을 뿐임에도 스토리가 아쉽게 느껴진다. 제주의 비경과 군침도는 쿡방으로 스토리의 빈약함을 때우는 드라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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