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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은 1998년 방송됐던 '은실이'로 아역스타로 사랑받았다. 벌써 15년이 지나고, 성인 연기를 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은실이'의 추억을 가진 팬들이 많다. 그에게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아동복 모델을 시작해 자연스러게 방송으로 넘어 왔어요. 그때는 방송 일을 하던 친구들이 많이 없었던 시절이었거든요." (이하 '일문일답')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오면서 성장통을 겪었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성장통이 없었어요. 오히려 요즘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해 제법 진지해지고, 고민도 많아졌거든요.
아이와 친구같이 지낸다는 점이지 않을까요. 서로 싸우고, 화해하면서 특별한 '친구'가 생긴 느낌을 갖게 해주거든요.
-남편도 배우인데, 서로 연기적으로 조언을 주고 받는 편인가요.
결혼 초에는 많이 했지만, 이제는 간섭보다 관심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너무 많이 아는 것이 오히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간섭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정말 필요할 때만 의사를 물어보는 정도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로 이사간 계기가 있었다고요. 마당이 넓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요.
무럭무럭 덩치가 커지는 강아지가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환경이라 너무 좋아요. 사실 아이 핑계를 댔지만, 저도 자연냄새를 맡으면서 지낼 수 있는 게 좋아요.
-잡에서 딸과 함께하는 재미난 놀이가 있을까요? 어떤 엄마인가요?
아마 소유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기분 좋은 때는 좋은 엄마, 나쁠 때는 나쁜 엄마라고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애정표현을 듬뿍하는 엄마인 것 같긴해요. 실수하면 사과도 바로 하고요. 가족에게 너무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한에서 덜하지도 더 가지도 않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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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쓰이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넘어가는 버릇이요. 안좋은 감정들이 쌓이면, 결국 그 감정이 안좋게 작용하잖아요. 살아가면서 생기는 물음표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편이에요. 왜 내가 기분이 안좋은지, 정확하게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인지 말이죠. 차근차근 풀어나가보면 인정하기 싫었던 답도 나오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스스로를 칭찬하기도 하고요. 외면하는 것보다 불편해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니까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오랜 시간동안 몸 담았던 연예계 생활을 해오면서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남편이요. 혹시라도 부정적인 일이 생기더라도 나를 그대로 바라봐 줄 사람이라고 믿거든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는 편이고요. 신중한 면이 제게 큰 의지가 되죠.
인터뷰를 마치고, 전혜진에게서 '어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추억 속 어린이 스타가 확 변해 어른 스타가 된 게 아니라, 어린이의 동심을 간직한 채 어른으로서 책임감도 더해진 '어른이'. 그게 전혜진이 아닐까. 그리고 그건 배우로서 넓은 연기적 스펙트럼이 될 수도 있겠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