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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새빨간 로즈, 지금은 아름답겠지만 날카로운 가시로 널 아프게 할걸.'
요즘 장미인애는 자신의 이름을 딴 '로즈 인 러브(Rose in Love)'라는 패션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직접 디자인을 하고 동대문 원단시장을 누비며 옷감과 부자재를 골라 의상을 제작한다. 발로 뛰며 마련한 오프라인 쇼룸과 온라인 홈페이지도 곧 오픈할 예정이다.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것이 올해 초였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 론칭하기까지는 불과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장미인애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할 만큼 대단한 추진력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갑자기 패션 디자인에 뛰어들게 된 걸까. "애초에 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그냥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옷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한동안 쉬면서 책도 읽고 관심가는 옷들도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제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게 될 줄은 몰랐어요."
두루마리로 겹겹이 쌓여있는 원단더미 사이에서 구상했던 이미지의 원단을 한눈에 찾아낼 만큼 감각이 남달랐다. 그는 "수많은 원단들 사이에서 한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원단가게 사장님들이 커피 한잔을 건네며 '잘 될 것 같다'고 격려해 주는 따뜻한 마음에 큰 힘을 얻었다"며 "정말 고마웠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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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엔 담담했던 장미인애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듯했다. 밖으로 꺼내기 어려울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2년 전 방송가를 뒤흔든 프로포폴 사건. 가슴에 쌓아둔 얘기가 많겠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서른 살에 그 일을 겪다 보니 제대로 된 서른을 맞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그 정지된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역경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려고요. 밝은 생각만 하면서 살자고 스스로 다잡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TV도 거의 보지 않았다. 세상이 무서웠다. 자신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젠 움직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복희누나' 작가님 SNS에서 이런 문구를 봤어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어느 선배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장미야, 네가 장미라서 사람들이 꺾고 싶어하나 보다'라고요. 정말로 큰 위로를 얻었어요."
연기 활동을 했던 10년간 기다림에 지쳐서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마다 거짓말처럼 작품이 찾아왔다고 한다. "결국 신께서 제가 떠나지 못하게 하시는구나, 다시 기회를 주시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이제 다시 그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할 여유가 생겼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작품이든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저를 채워가면서 하나씩 준비할 거예요. 어쨌든 저는 계속 배우로 살아갈 거니까요."
장미인애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설렘 속에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나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 원하는 것을 믿고 그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한다. "지금 하는 일들이 하루하루 산 넘어 산이지만 정말 행복해요. 요즘엔 함께 일하는 분들이 '대표님'이라 부르는데 어색하면서도 즐거워요. 명함도 나왔어요. 한번 뿐인 인생인데 열심히 살아야죠. 몸은 힘들어도 꿈꾸면서 사는 게 좋아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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