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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연서가 없는 안방극장. 상상만 해도 왠지 허전하다. 최근 몇 년 간 잠시도 시청자를 떠나지 않았던 그이니 말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부터 '오자룡이 간다', '메디컬 탑팀', '왔다 장보리', 그리고 최근 종영한 '빛나거나 미치거나'까지. 공백기가 거의 없었다. 길어야 다섯 달, 짧게는 두 달. 공백기라 말하기도 무색하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했다. 그렇게 부지런히 시청자를 만나느라 별로 쉬지를 못했다. 거의 모든 모든 촬영장이 생방송 스케줄로 돌아간다는 걸 생각하면 오연서의 근성이 더 놀랍게 다가온다. 그런데도 "드라마가 끝나니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며 "소속사에 빨리 작품 스케줄 잡아달라고 닦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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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찾아올 변화의 시기를 미리 그려보며 오연서에게 도전하고픈 장르를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추리소설 마니아'란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도 범죄물과 스릴러를 좋아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다 읽었어요. 그의 소설로 만든 일본 드라마와 영화도 많이 봤고요. 기회가 된다면 탐정물에 출연하고 싶어요. 어리바리한 탐정 조수나 아름다운 미망인을 가장한 범인 같은 반전 있는 역할이 탐나요. 저 정말 잘할 수 있어요!" 추리소설을 읽는 건 오연서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다.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덮을 수가 없잖아요. 잡념이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죠. 술도 끊게 된다니까요.(웃음)"
오연서는 10대 시절 걸그룹 'Luv'로 데뷔해 오랜 무명 시절을 겪었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와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올해 우리나이 스물아홉, 오연서에게 20대의 마지막 시간이 꽤 특별할 것 같다. "저는 스물여섯에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그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죠. 예전엔 함께 데뷔했던 친구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지치지 않고 한길을 가다 보면 꼭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단역과 조연 시절을 겪었고,주말극, 일일극, 미니시리즈까지 다 경험했어요. 어디선가 힘들어하고 있는 후배들이 저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오연서에게도 그런 힘이 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저는 어릴 때부터 숙소 생활을 해서 가족이 무척 그리웠어요. 가족을 생각하며 그 시간들을 버텼죠. 가족은 제가 연기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요즘엔 가끔 독립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푸핫!" 쑥스러우니 괜한 너스레지만, 알고 보면 오연서는 지방 공무원인 아버지께 드라마로 매주 인사드리는 걸 큰 보람으로 여기는 착한 딸이다.
인기 배우도, 누구의 딸도 아닌, 자연인 오연서의 올해 계획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못 배웠던 것들을 배워볼까 싶어요. 승마도 계속 하고 싶고, 일러스트도 본격적으로 공부하려고요. 또 지난해 운전면허를 땄는데 올해는 꼭 차를 살 겁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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