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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2', 구대영의 정체성을 찾아주세요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5-04-26 15:40 | 최종수정 2015-04-27 05:50



애매하다.

tvN 월화극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가 '먹방 드라마'의 신호탄을 쐈다. 무대를 서울이 아닌 세종시로 옮기면서 '게국지'처럼 시즌1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다양하고 특색있는 먹거리를 다루는데 힘썼고, 김지영 김희원 등 감초 배우들을 대거 투입해 기본기를 다졌다. '묻지마 폭행범' 대신 "사람 죽여 봤냐, 난 죽여봤다"고 말하는 '옥탑방 남자'가 등장, 미스터리 라인에 힘을 보탰다. 박준화PD 스스로도 "시즌2는 주2회 진행되는 만큼 연출, 음악적인 부분이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리부터 준비했다. 대본은 11회 만들어놓고 진행했다. 초반과 같은 디테일한 완성도를 갖출 수 잇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어째 시즌1에 비해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런 삼각관계, 어쩐지 익숙하지 않나요?

'식샤2'는 8회부터 구대영(윤두준), 백수지(서현진), 이상우(권율)의 삼각관계를 본격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어느 드라마나 삼각관계 구도는 빠지지 않는 요소라 특별함을 기대하긴 어렵다고는 하지만, 시즌2의 삼각관계는 지나치게 시즌1을 답습한 모양새다.

시즌1의 러브라인은 이랬다. 김학문(심형탁)이 이수경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된 구대영이 사랑의 큐피트로 나섰다. 하지만 결국 이수경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이수경과 구대영이 해피엔딩을 맞았다. 시즌2도 똑같은 구도다. 백수지를 위해 구대영은 또 한번 연애 코치로 나섰다. 하지만 차츰 백수지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똑같은 포맷의 삼각관계 진행이 신선함을 떨어뜨리고 있다. 여기에 이수경과의 러브라인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보통 시즌제 드라마는 전 시즌의 스토리와 인물 관계가 다음 시즌 이야기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시즌1에서 커플이 됐던 구대영이 갑자기 솔로로 돌아오고, 또 뜬금없이 백수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 박준화PD는 "윤두준과 이수경이 헤어진 배경에 대해 지금도 대본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작진조차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를 시청자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시청자들이 이수경 스토리를 묻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시즌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이수경에 대한 설명이 1%라도 포함됐다면, 구대영의 감정 전개에 좀더 설득력이 실렸을 수도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런 밉상 캐릭터, 어떡하지?

백수지 캐릭터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먹방 드라마' 여자 주인공이 '1일 1식' 다이어트를 하고, 음식을 먹은 뒤엔 칼로리 계산에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땀복 입고 운동하는 설정 자체가 거북하다는 의견도 많다.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현대 여성의 삶을 리얼하게 표현한 대목이긴 하다. 하지만, 안그래도 365일 살과의 전쟁에 지쳐 '순수 먹방'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은 시청자, 혹은 여성들의 불편한 진실을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시청자에게는 불편한 설정일 수도 있다. 여기에 어떤 음식을 먹든 똑같은 서현진의 먹방도 여전히 지적받고 있다.

무엇보다 캐릭터 마인드가 불편하다. 현재 백수지는 구대영에게 과거 자신에게 줬던 상처의 대가로 자신과 짝사랑남 이상우를 결혼시키라는 조건을 내건 상태. 그 결혼이 하고 싶은 이유는 '사랑'이란 순수한 감정 때문 만은 아니다. "결혼에 목맨다고? 내가 이 우울한 삶을 탈출하는 방법이 뭐가 있겠냐? 조건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는 거 밖에 더있냐? 그게 현실이니까", "자전거가 아니라 내가 구려서 결혼 못한다는 거냐. 결혼하면서 조건 안보는 사람이 어디 있냐"라는 등의 대사는 정작 자신은 아무 스펙도 능력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신분 상승을 꿈꾸는, 허황된 신데렐라 드림을 대변한다. 실제로 '1인 1가구들의 관계가 중심이었는데 그냥 현실에 허덕이는, 먹는 건 좋아하지만 다이어트와 남들에게 보여지는 외모가 더 중요한 여자의 신데렐라 러브 스토리가 중심 스토리가 됐다', '개성이 사라졌다', '민폐+진상 캐릭터'라는 등의 의견을 내놓는 시청자들도 상당하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구대영의 정체성은 어디로….

뭐니뭐니해도 '식샤' 시리즈의 중심은 구대영이다. 구대영은 인기 맛집 블로거다. '식샤님'으로 통하고 있고 그 명성에 걸맞게 독특한 음식 철학도 뽐낸다. 그리고 그의 음식에 대한 애착은 다른 1인 가구들과 소통, 화합할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됐다. "혼자 사니 치킨이 먹고 싶어도 배달시킬 수가 없다"는 이들이 구대영을 주축으로 모여 함께 음식을 먹고, 고충을 나누고 인간적인 교감을 나눴다. 그런 '먹방'과 '인간미'의 결합이 '식샤'만의 따뜻한 차별화 포인트가 됐다.

그런데 시즌2에서의 구대영은 더이상 '식샤님'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다. 윤두준이 시즌1보다 일취월장한 연기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캐릭터 자체가 흔들리니 구대영만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맛집과 먹방이 등장하지만, 그건 오로지 백수지와 이상우를 연결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구대영은 백수지의 연애사업을 위해 이상우를 만나 밥을 먹고,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을 위해 맛집을 찾는 수준이다. 연애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식샤님'만의 음식 철학이 제대로 발현될 수 없게 됐다. 두 남녀의 로맨스와 웃음만 있을 뿐, 시즌1에서 느껴졌던 인간미는 떨어졌다. 결국 '식샤2'가 그저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포커스를 맞춰야한다. 삼각관계도 좋지만, '식샤' 시리즈가 사랑받았던 건 '식샤님' 구대영의 매력, 리얼한 먹방,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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