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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하균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3-04 05:47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다시 뜨겁게 사랑하고 싶었다.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한 남자의 애끓는 순정을 가슴에 품고 싶었다. 배우 신하균은 이런 감정을 "남자의 로망"이라고 했다.

영화 '순수의 시대'는 신하균이 모든 걸 바쳐 뜨겁게 사랑한 작품이다. 조선 개국 초기 왕자의 난을 배경으로 권력과 사랑과 쾌락을 좇는 세 남자의 선 굵은 드라마를 그렸다. 신하균이 연기한 강직한 무관 김민재는 뒤늦게 찾아온 사랑에 격정적으로 빠져드는 인물이다. 가슴 깊이 복수심을 감춘 여자의 영혼을 뒤흔들 만큼 김민재의 사랑은 무겁고 진하다.

"몇 년 전부터 농담 삼아 사랑에 올인하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러다 이 작품을 만났죠. 지금 나이에만 표현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처음 도전하는 사극 장르라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랜 갈망을 단숨에 해갈하려는 듯 신하균은 절정에 다다른 멜로 연기를 펼친다. 모든 걸 쏟아부은 탓에 촬영을 마치고는 3개월이나 쉬어야 했다. "밖에 나가기도 싫고, 의욕도 없고, 자꾸만 무기력해지더라"고 했다. "몸에 지방에 너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며 매력적인 웃음도 보탠다.

이 영화를 위해 두 달간 몸을 깎아내며 만든 체지방 3% 미만의 '신경질적인 근육'은 남성미를 진하게 풍긴다. "오랜 세월 전장을 누빈 무관처럼 보이기 위해 트레이너와 몸을 설계했어요.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몸을 만들어야 하니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영화를 위해 필요한 일엔 집중력이 생겨요. 술도 끊고 밥도 끊고 결국엔 사람까지 끊었죠. 모임에 나가면 뭐라도 먹어야 하잖아요.(웃음)" 이렇게 어렵게 만든 몸은 촬영 종료 3개월 뒤 출연한 MBC 드라마 '미스터 백'에도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신예 강한나와의 정사신은 조선판 '색계'로 비유될 만큼 강렬하다. 베테랑 신하균에게도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컸다. "몸의 동작이 사랑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로 비춰져야 하니 어려웠어요. 짧은 시간에 밀도 있게 촬영을 끝마쳤습니다. 강한나는 신인으로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소화해냈어요. 늘 배우려는 자세가 좋은 배우더군요."

신하균의 멜로 연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노인 분장까지 소화한 '미스터 백'은 물론이고 SBS '내 연애의 모든 것', KBS2 '브레인' 등 여러 작품에서 마성의 눈빛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녹였다.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표현한 '하균하균'를 비롯해 '하균앓이', '하균신(神)' 등 신하균만을 위한 여러 수식어가 탄생했다. 실제 신하균과는 얼마나 닮았을까? "멜로 연기에 제 경험을 담아낼 때도 물론 있죠. 그렇다고 제 경험이 특별한 건 아니예요. 연애의 감정이야 누구나 다 비슷하잖아요."

'순수의 시대'에서는 감정의 밀도를 한층 높였다. 그런데도 김민재의 사랑에선 어딘가 결핍이 느껴진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여진족 출신이라는 트라우마가 그의 사랑 앞에 그림자처럼 드리워 있다. 신하균은 캐릭터가 지닌 '결핍'에 같하게 마음을 썼다. "김민재는 안쓰러운 사람이에요. 그의 사랑이 얼마나 슬펐을까. 시나리오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신하균이 연기한 캐릭터는 항상 그랬다. 크든 작든 영혼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었다. "저 자신도 결핍을 지닌 사람이라 그런 캐릭터에 연민과 동질감을 갖게 되더군요. 완벽한 캐릭터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최근 신하균이 선보인 몇몇 영화들에도 작은 '결핍'이 있었다. 바로 흥행 성적이다. 배우로서 연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지만,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바람을 늘 갖고 있다 '순수의 시대' 개봉을 앞둔 그는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5일 개봉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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