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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수 논란 '나가수', 끝내 피곤한 예능으로 전락할 것인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1-23 09:16


사진제공=MBC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시즌 3의 첫 발을 떼자마자 위기에 처했다. 첫 번째 녹화까지 마친 출연자 이수를 사전 논의 없이 '강제' 하차시키면서 빚어진 일이다. 매 시즌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나가수'는 이번 시즌에서도 논란과 비난을 자초하며 방송 시작도 전에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나가수3' 첫 번째 녹화를 마친 다음날인 22일 오전 MBC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해 '나는 가수다 3'에 출연 예정이던 가수 이수 씨를 출연시키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프로그램을 아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 바라며 늘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는 지난 2009년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간간이 공연 무대에 서곤 했지만 지상파 방송 출연은 무려 6년 만이다. '나가수3'를 통해 지상파 복귀를 타진했던 이수는 갑작스러운 하차 결정으로 끝내 '나가수3'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이수의 하차는 인터넷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MBC 최고경영진의 독단적 결정으로 전해진다. 당사자인 이수는 물론이고 제작진도 MBC에서 공식 보도자료가 나간 이후 기사를 접하고 나서야 이수의 하차 사실을 알았다. '나가수3' 녹화를 마친 다음날 최고경영진이 예능본부 측에 이수의 하차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홍보국 관계자들도 사측으로부터 이수의 하차에 대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탓에 난감한 표정만 짓고 있다.

'나가수3' 제작진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이미 녹화까지 마친 상황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출연자의 거취를 결정해 상명하달식으로 제작진에 통보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녹화까지 잘 끝낸 상황에서 이수를 출연시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아직 경황이 없어서 향후 계획이나 편집 방향, 후임 가수 등에 대해서 결정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로선 이수의 무대도 통편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수는 21일 첫 녹화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지상파에 출연하게 됐다"며 "'나가수3'가 가수들이 노래하는 것에 무게를 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노래로서 시청자를 만나는 게 나에게 정답이란 생각이 든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걱정과 우려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잘하겠다는 말보다는 시청자들과 청중평가단에게 노래가 노래로 들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MBC와 '나가수3'를 향한 여론은 이수의 하차 이전보다 훨씬 악화되고 있다. MBC가 불미스러운 과거로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가수를 섭외하면서 부정적 여론을 예상 못했을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수가 출연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에 '나가수3' 홈페이지에는 이수의 출연을 반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스스로 '조심스럽다'고 밝힌 이수를 설득해 첫 번째 경연 무대에 세웠다. 사측의 동의와 결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다. MBC를 대표하는 브랜드 예능을 새롭게 론칭하면서 사측이 출연진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MBC는 애초에 논란이 될 만한 섭외를 하지 말았어야 했고, 녹화 전에라도 여론이 좋지 않다면 이수의 출연을 포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논란을 안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면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냈어야 한다. 하지만 MBC는 녹화까지 마친 상태에서 제작진의 뜻과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출연자를 하차시키고 '시청자의 양해를 바란다'는 무책임한 설명만을 하고 있다. 때문에 MBC가 시청자들을 농락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나가수'는 또 한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경연의 긴장감이 주는 카타르시스보다 경연 외적인 피로감이 더 크다. 야심차게 새 출발 하려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나가수=피곤한 예능'이란 불명예를 또 한번 확인하고 말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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