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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날 되돌아본 '게임시장의 양면성'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4-12-31 09:19



매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게임 산업입니다. 많은 이들이 취미로 즐기는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하루에도 이곳저곳에서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4년을 되돌아보면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참 많이 있었습니다. 모바일 시장의 성장, 대작 온라인게임의 등장, 리그오브레전드를 중심으로 한 e스포츠의 발전, 수천억 규모로 발생한 게임계의 다양한 산업 이슈들까지, 10대 뉴스나 키워드로 산업을 정리하면 큰 이슈들로도 개수를 맞추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올해 국내 게임시장에서 주목해야할 부분 중 하나는 모바일게임의 양극화로 많은 '중소 개발사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2015년 온라인게임의 부활 가능성'입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공의 빛이 어느 때보다 강렬한 한해였지만 음지에서 중소 개발사들은 쓰러져가고 있고 온라인게임은 위기라는 평가를 뒤로하고 가능성 있는 게임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4:33의 블레이드가 201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고, 게임빌, 컴투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등 모바일게임의 주요 이슈들은 대기업과 산업의 성장에 맞춰져 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은 수십억을 마케팅비로 사용해 국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의 인기 게임들이 연이어 국내에 진출하는 등 수십, 수백억원이 오가는 모바일시장의 이슈는 이렇게 거대 산업화되고 있습니다.

반면 기발한 아이디어나 발상으로 시장에 도전하던 중소 개발사들의 입지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바일게임도 과거 온라인게임처럼 마케팅과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죠. '유저들은 똑같은 모바일게임에 이제 지친다', '카카오톡 게임 좀 안보면 안되냐'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비슷비슷한 게임들과 카톡 게임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 모바일게임이 이러한 트렌드와 굴레를 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모바일게임 시장은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쿠키런, 애니팡, 블레이드 등 대기업이 아닌 아이디어와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모바일게임 기업들은 초기에 대기업을 상대로 강력한 영향력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결과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2014년 종편 예능들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연함이 부족했던 대기업들의 모바일 전략에 맞서 빠르고 과감하게 방향성을 결정한 이유에 있습니다.

이후 모바일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했고 2014년 국내 모바일시장은 2조원 규모를 훌쩍 넘겼습니다. 모바일시장의 상위권에 있는 게임의 매출은 수억 원에 달하고 있죠. 과거 아이디어로 경쟁하던 기업들은 모습을 드러낼 장소를 점점 대기업이나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에 내어주면서 점점 발 디딜 틈이 없는 공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물론 중소기업들이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1~2억 규모의 수준으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최근 분위기로는 최소 5억원 2015년에는 두 자리수 금액 이상이 모바일게임 개발의 최소 비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모바일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클래시오브클랜은 온라인게임의 마케팅을 뛰어넘어 공중파를 포함 물량으로 시장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매출 1위를 찍는 결과를 냈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도 있지만 모바일게임도 이제 마케팅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지를 증명한 셈입니다. 게임을 모르는 일반인도 클래시오브클랜 광고 한번쯤은 보았을 정도이니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할까요.


광고 집행을 할 수 없는 수준의 작은 개발사는 결국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작은 매출을 모두 가질 수 있는 독자 서비스, 계약금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수익을 분배하는 카카오톡, 퍼블리셔의 관계를 말이죠. 그런데 최근 시장 분위기상 양쪽 모두 성공이 쉽지 않습니다. CJ넷마블은 수천억 규모로 모바일게임 산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고 넥슨, 엔씨소프트가 참전을 선언한 모바일시장은 이제 대기업들의 경쟁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에서 하루에 수십억을 벌고 있는 모바일게임도 국내 기업들에 밀려날 정도이니 영세한 규모의 개발사는 경쟁을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2015년 모바일게임의 양극화는 보다 극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혹은 글로벌로 타깃이 나뉘고 과거 온라인게임 수준의 게임들이 등장하며 중견 모바일 개발사들도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피쳐폰 시절부터 모바일게임만 개발하던 기업들도 스마트폰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고 폐업을 앞둔 개발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2015년에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어두운 단면들이 보다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약 2~3년간 힘겨운 시기를 보낸 온라인게임 시장은 2014년 연말을 기점으로 부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신작 게임을 손에 꼽을 정도로 온라인게임 시장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야했습니다. 중견 개발사들은 온라인 프로젝트들을 모바일로 변경했고 대기업들은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모바일로 바뀌며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100주 이상 리그 오브 레전드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40% 가까이 독식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었죠.

하지만 온라인게임 유저가 아예 없어진 것이 아니기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온라인게임 개발이 가속도를 붙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온라인게임의 개발이 줄어들었다기보다 게임 프로젝트가 대규모로 진행되며 개발 기간이 길어졌고 중견 개발사들은 온라인 대신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온라인게임의 암흑기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에도 온라인게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현재도 비슷한 구조인 만큼 개수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몇 번의 위기라는 말을 보낸 온라인게임 시장인 만큼 개발사들은 모바일게임 시장과 달리 보다 명확한 타깃과 회사의 방향성을 가진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비슷한 게임들이 난립하고 있는 구조라면 온라인게임은 차별화가 되어 있습니다. 메이플스토리2, 트리 오브 세이비어, 블레스, 문명 온라인, 서든어택2, 리니지 이터널, 아크스피어 등의 국내 게임부터 파이널판타지14, 오버워치 등의 해외 개발게임들도 비슷한 장르라기 보다 각각의 색이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경쟁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예상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모바일게임은 비슷비슷한 게임들 가운데 그래픽과 콘텐츠의 우위가 쉽게 예상되는 반면 온라인은 콘텐츠 분량이 아닌 게임이 가진 독창성과 오리지널 요소에 의해 결과가 결정됩니다. 10년 이상된 온라인게임이 여전히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PC방 순위에서 2위로 10%의 점유율을 가진 서든어택이 10년을 앞둔 게임이라는 점은 상당히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모바일게임 보다 허들은 높지만 다시 개발자들이 온라인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모바일 시장은 마케팅에 의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면 온라인게임은 콘텐츠 차별성에 따라 오랜 기간 유저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다고 검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평가받아 경쟁이 쉽지 않고 개발비가 많이 투입된다고 다소 외면 받았지만 다시 개발사들이 도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2015년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과 독창성입니다. 크래시오브클랜이 마케팅의 힘만으로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케팅으로 순위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결국 게임 콘텐츠가 가진 힘이 있어야만 순위를 유지할 힘이 생깁니다. 온라인게임도 마찬가지로 물량으로 유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지만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깊이와 독특한 재미를 필요로 합니다.

검은사막이 2014년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2015년에는 앞서 언급한 많은 게임들이 시장에 등장해 리그오브레전드를 상대로 경쟁하게 됩니다. 유래 없는 대작 게임들의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온라인게임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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