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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의 김영애"가 호명됐다. 모두 기립했다. 연기인생 40년이 넘는 대선배 김영애의 수상에 후배 배우들은 존경과 예의를 표했다. 함께 앉아있던 '변호인' 팀들은 제 일인양 환호했고, 후배 여배우들도 뜨거운 박수로 대선배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정아, 정희, 우희와 남다른 동지애가 생겼지요."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현실의 부조리와 아픔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 김영애와 함께 염정아, 문정희, 천우희가 출연했다. 공교롭게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은 김영애, 여우주연상은 천우희가 각각 '변호인'과 '한공주'를 통해 받았다. 염정아는 시상식 2부를 여는 스태프상 시상자로 무대에 섰고, 문정희 역시 감독상 시상자로 나서면서 모처럼 '카트' 배우들이 서로 다른 이유 속에 한 자리에 모였다.
"'카트'를 찍으면서 (염)정아, (문)정희, (천)우희와 남다른 동지애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다들 친해져서 문자같은 거 서로 주고 받고 하는데요. 그날 우희가 상을 받아서 더 뭉클하더라고요." '카트'가 올해 시기 상의 문제로 청룡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하자, 김영애는 "내년에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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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룡영화상의 최다 수상작은 단연 '변호인'이었다. 상의 갯수 뿐 아니라 여우조연상은 물론 남우주연상, 최우수 작품상 등 '노른자' 상들이 모두 '변호인' 차지였다. 김영애는 "청룡영화상에서 '변호인'이 받으리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이것도 편견이었지만…그날 늦게까지 '변호인' 팀과 뒷풀이를 했었는데요. 아주 재밌었어요. 그때도 저는 '못 받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송강호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신인 감독상이랑 남우조연상까지 계속 못 받았거든요. '뒤로 갈수록 상을 주려고 그런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요. 하하. '변호인'에 출연했던 오달수도 오고, 이성민도 잠깐 얼굴 비추고 가고, 연기자들이 참 많이 다녀갔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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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된다고 해도 '배우 김영애가 연기 잘한다'란 말 듣고 싶어."
"상 받고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 반대로 만약 못 받았으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곤 첫 수상의 기억을 꺼냈다. "스물세살 때였나. MBC에서 주는 상이었어요. 그때는 멋모르고 받았고, 연기상을 제대로 받은 것은 김수현 작가의 주말극을 통해서였어요. 신문에 매일 기사가 실릴 정도로 화제가 됐죠. 20대 중반 때였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그럴 때가 있죠. 그러다 청룡상을 포함해 근래 받는 상이 큰 힘이 돼요."
참석했던 후배 여배우들이 김영애의 수상 소식에 '열심히 하면 예순이 넘어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하자, 김영애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저 개인에게도 큰 희망이 됐어요. 개인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과거에 연기를 몇 년 쉬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요. 그러다 영화 '애자'를 하면서부터 영화를 짝사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변호인'으로 더 많이 사랑하게 됐고, '카트'를 통해 인생의 작품을 얻은거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라고 답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마지막 한마디. "나이 육십인데도 상 받고 좋아한다고요? 칠십, 팔십이 된다고 해도 '김영애, 연기 잘한다'란 칭찬은 듣고 싶을 거에요."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