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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말괄량이 소녀처럼 해맑고, 때론 성숙한 여인처럼 우아하다. 솔직하고 털털하지만, 차분히 자신만의 생각을 얘기할 때는 당찬 구석도 있다. 상반된 매력이 하나의 표정 안에 공존한다.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첫 인상이다.
"도하 캐릭터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도하가 정말 좋았어요.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낯설었지만 그래서 신선하잖아요. 시청자들도 저를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고성희라는 연기자가 생소하지만 조금은 신선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고성희에게 연출자 이주환 감독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너답게 연기했으면 한다'라고 조언했다. 도하의 순수함을 고성희에게서도 발견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할 땐 상대역 정일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연기의 팁을 많이 가르쳐주고 현장 분위기에 잘 적응하도록 이끌어줬다고 한다.
"'야경꾼일지'를 촬영하면서 성장통을 겪은 것 같아요. 연기가 더 어렵게만 느껴져요. 진심은 통한다고 믿어왔는데, 그 생각이 어쩌면 오만이고 자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제가 보여주고 싶은 연기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연기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죠. 그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게 저에겐 큰 숙제로 남았어요."
'야경꾼일지'가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고 사랑받았으니 연말 시상식을 기대해도 될 법하다. 고성희도 "첫 번째 신인상은 꼭 MBC에서 받고 싶다"며 생긋 웃는다. 정일우와의 베스트커플상은 어떠냐고 물으니 "'남남케미'가 좋았던 정일우 선배와 정윤호 선배한테 트로피가 가지 않겠냐"며 "진짜로 상을 받는다면 왠지 질투가 날 것 같다"고 한다.
여느 신인들보다 도약폭이 컸던 고성희지만,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품을 많이 팔았다. 고등학교 시절 CF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 연기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렇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해 대학도 연기예술학과로 진학했다. 모델 회사를 나온 이후엔 부지런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한때는 대형 기획사에서 아이돌 가수 데뷔를 준비한 적도 있지만, 결국엔 다시 연기의 길로 돌아왔다. 연기만이 고성희의 가슴을 뛰게 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게 될지 굉장히 궁금해요. 저의 가능성과 신선함은 여기까지인 것 같고, 다음 작품부터는 연기자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매력을 확실히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여배우가 꾸준하게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문소리 선배나 전지현 선배를 보면서 많은 걸 느껴요. 신비주의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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