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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화장 절차가 전격 취소된 고 신해철에 대한 부검이 3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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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신해철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유족을 대신해 이날 카메라 앞에 선 이승철은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기로 했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에게 부검을 요청했고 유족이 심사숙고 끝에 화장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철은 2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승철은 "화장을 앞두고 동료 뮤지션들끼리 얘기를 하다가 유족들이 부검은 원치 않지만 서류만으로 수술을 한 S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며 "후배 가수들이 나에게 유가족을 만나 부검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해 줄 것을 부탁했고 제수씨(신해철의 부인)를 만났다"고 전했다.
이어 "제수씨에게 '소송을 할거면 부검을 해야 하고, 화장을 하면 100% 질 것인 만큼 소송을 하지 마라'고 설득했고 제수씨가 부검을 받아들였다. 이때가 화장을 시작하기 5분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족에게 부검을 설득하는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승철은 "당연히 부담이 됐다. 하지만 (신)해철이가 너무 고통을 받다가 숨을 거뒀다.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사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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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부검을 결정한 이후 모든 상황은 빠르게 진행됐다.
신해철의 아내는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S병원을 상대로 한 업무상 과실치사를 밝혀달라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송파경찰서는 1일 S병원에 수사관 8명을 보내 신해철이 지난달 17일 이 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았을 때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심정지에 이르기까지의 의무기록을 확보했다.
관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3일로 예정된 고인에 대한 부검을 통해 과연 무엇을 밝혀 낼지에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일 SBS 보도에 따르면 신해철이 숨지기 전에 소장에 구멍이 나서 꽤 오랫동안 방치됐던 사실이 현대아산병원 응급수술 기록에서 확인된 것. 이 때문에 신해철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이 천공이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의료 사건의 과실 여부를 가리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S병원이 신해철의 동의 없이 위 축소 수술을 진행했느냐도 부검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유족 측은 병원이 동의없이 위 축소 수술을 했으며 신해철이 이에 대해 항의도 하고 복통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S병원 측은 "위 축소수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양 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밖에 S병원 측이 수술 후 적절하게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 여부 역시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유족 측은 "현실적으로 법에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법적인 싸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고인이 왜 갑자기 세상을 떠나야만 했는지 한 점의 의혹없이 밝히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