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400회 맞이한 '무한도전', 그들이 말하는 '무도답다'는 것의 의미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0-10 18:35


사진제공=MBC

"한 주 한 주 열심히 하다보니 400회가 됐네요. 시작할 때만 해도 400회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유재석)

"처음부터 '무한도전'에 출연한 사람은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뿐입니다. 저희가 진정한 400회죠."(노홍철)

"제일 중요한 것은 평정심인 것 같습니다. 400회도 여느 때처럼 준비했습니다."(김태호 PD)

MBC '무한도전'이 오는 18일 방송 400회를 맞이한다.

2005년 4월 '토요일'이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코너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한 '무한도전'은 그해 10월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리한 도전'을 거쳐 2006년 5월 '무한도전'이란 타이틀로 독립해 오늘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예능 역사는 '무한도전'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무한도전'이 방송가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를 선도하며 예능 트렌드를 바꿨고, 여러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결코 과하지 않다. 지금도 '무한도전'은 현재 진행형인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10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태호 PD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여섯 멤버들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무한도전'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야기했다.


김태호 PD는 가장 먼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 PD는 "초창기에 초라한 시청률에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해주신 시청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무한도전' 400회의 가장 큰 공로자는 시청자들"이라고 말했다. 유재석은 "출연진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 제작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며 "매번 바뀌는 촬영 상황 속에서 잠 못자고 고생하는 제작진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했다.

'무한도전'은 매번 새로운 포맷과 아이템을 선보였다. 9년간 선보인 400가지 특집마다 사연이 가득하겠만, 멤버들 각자에게 인상 깊게 남은 아이템이 있을 터. 유재석은 첫 장기 프로젝트였던 댄스스포츠 특집을 꼽았고, 정형돈은 '무한도전'에게 분기점이 된 뉴질랜드 아이스 원정대 특집을 떠올렸다. 하하는 공익 근무 중에 봅슬레이 특집을 보면서 감동받았던 일화를 들려줬다. 정준하와 노홍철은 전날 두 명씩 짝을 지어 24시간을 함께 보낸 400회 특집 촬영을 꼽았다.

'무한도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몇몇 멤버의 하차와 부적절한 아이템으로 논란도 겪고, 파업 기간 결방으로 '외주제작설'에도 휘말렸다. 시청률 하락으로 최정상의 위치가 흔들린 적도 있었다. 김태호 PD는 "다들 사람인지라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서 당황스럽기도 한데 숨기고 가리려 할수록 진실에서 멀어지는 답이 나오는 것 같다"며 "그때마다 긴 고민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솔직하게 답을 물어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 위기에 대한 말이 많을 때 우리가 어디서부터 위기인지 솔직하게 듣고 싶어서 연말정산 특집을 한 것처럼 앞으로도 프로그램에 솔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멤버들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준하는 "의욕적으로 하면 방송이 오히려 안 되고, 기대 없이 하면 이슈가 되기도 하더라"며 "올해 초에 뭔가를 보여드리려고 30kg을 감량한 뒤에 욕을 먹어서 주눅이 좀 들었는데 사실 지금이 슬럼프인 것 같다"고 했다. 하하도 "공익 근무 이후 복귀 했을 때 길에서 '하하 힘내'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내가 이렇게까지 도움이 안 되나 싶어서 자존심도 상했지만 보탬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MBC
'무한도전'이 선보인 몇몇 아이템은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비난과 칭찬을 동시에 들었다. 이에 대해 김태호 PD는 "누군가를 계몽하려 한 적은 없다"며 "지나친 해석이 부담스럽기도 한데 저희에 대한 사랑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아이템의 변화에 대해서도 "초창기에는 쉽게 떠오르는 아이템 위주로 촬영했는데, 당시엔 멤버들 캐릭터가 워낙 신선해서 어떤 옷을 입혀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 '왜 무도한테만 이럴까' 싶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김태호 PD는 "그때마다 본질을 떠올리게 된다. 귀중한 토요일 저녁시간을 아깝지 않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엔 우리 스스로가 재밌는 것만 해도 되는데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고민거리를 안고 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땐 또 웃음과 재미 위주로 돌아간다. 각각의 아이템을 느껴지는 만큼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무한도전' 팬들은 '무도답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들에게 향하는 칭찬과 비판도 '무도답다'는 잣대에서 출발한다. 멤버들이 생각하는 '무도답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노홍철은 "여섯 멤버가 잘 얽혀서 촬영이 잘 됐을 때는 기분도 좋고 꼭 차 한잔이라도 하고 헤어지게 된다. 그럴 때면 여지 없이 결과물과 피드백이 좋다. 무도답다는 건, 촬영하는 사람도 재밌고 보는 사람도 재밌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유재석은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다음주가 기다려지는 것, 이것이 무도다운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내년 10주년을 앞둔 '무한도전'이 그려나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리얼 예능이 홍수를 이룬 요즘 '무한도전'만의 독보적 위치를 어떻게 유지해나갈까. 김태호 PD는 "저희는 성장이 아니라 유지 보수 단계가 아닌가 한다"며 "심적으로는 유지 보수하는 게 더 버겁고 힘들다"고 했다. 그는 "요즘엔 자신이 없으면 녹화 전날 새벽에도 녹화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에 대한 책임감이 아닌가 한다"며 "새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고자 하는 자존심이 저희를 더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멤버들은 "작년에 박명수가 체력적으로 힘들다면서 내년 9월에 그만두겠다고 하더니 도로 철회했다", "내가 그만두면 정준하도 그만 둘 거다"라며 서로 아웅다웅하면서도 "시청자들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태호 PD도 "사실 마지막에 대한 고민은 안 하고 싶다"며 "가능하면 한 회라도 내가 먼저 하차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신파는 '무한도전'답지 않으니까 신나게 축제분위기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언젠가 막을 내려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박수치는 분들이 계실 때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