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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엄마의 정원' 정유미 "이름 안 바꾸길 잘 했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10-10 06:20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배우 정유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사진과 필모그래피다. 훌륭한 배우로 폭풍 성장한 두 명의 정유미. 어떤 작품을 인상 깊게 봤느냐에 따라 머릿 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다를 터. 어쩌면 동명이인인 두 명의 정유미가 가장 많이 받아본 질문도 상대방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를 테면, '또 다른 정유미가 신경 쓰이진 않나' 혹은 '또 다른 정유미를 만나본 적은 있나' 같은 것들?

MBC 일일극 '엄마의 정원' 정유미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포털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했을 때 누가 먼저 나오는지 신경 쓰이지 않느냐고. 때 마침 다른 정유미가 KBS2 '연애의 발견'에 출연 중이기도 했다. 정유미의 쿨한 대답. "그분을 검색했다가 저를 알게 된다거나, 저를 검색했다가 그분을 알게 될 수도 있잖아요. 두 사람이 함께 인지되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릴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저도 가끔 제 이름을 검색했다가 그분 소식을 듣게 되면 무척 반가워요."

예전엔 서로 비교하는 얘기들에 의기소침해한 적도 있다. 이름을 바꾸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다. 물론 정유미도 그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당시엔 '언제 유명해지냐'는 말이 듣기 싫어서 명절날 친척집 가는 것도 꺼려질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예명을 쓰지 않은 건 잘한 일 같다.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또 한 명의 정유미를 각인시켰으까. 올해로 연기자 데뷔 10년. '대기만성'이란 단어가 정유미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정유미는 드라마 '천일의 약속'과 '옥탑방 왕세자'로 크게 주목받으며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지난해 '원더풀 마마'에선 주연 자리를 궤찼다. 그리고 '천일의 약속' 김수현 작가와 '원더풀 마마' 박현주 작가의 추천으로 '엄마의 정원'을 준비하던 박정란 작가와 인연이 닿았다. 캐스팅 여부와 상관 없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러 나간 자리에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

사실 부담이 컸다. 미니시리즈 세 편에 맞먹는 120부작 일일극. 어떤 느낌인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 '엄마의 정원' 전작인 '제왕의 딸 수백향'이 조기종영한 것도 '원더풀 마마'에서의 조기종영 경험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무거웠다. 최선을 다한 작품이 외면 받는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건 기우였다. '엄마의 정원'은 6회 연장 방송까지 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은 15.3%. 정유미는 MBC 오후 9시대 일일극의 '흑역사'를 종식시킨 구원투수가 됐다.

"촬영하는 동안 목줄 채워져 어디론가 끌려다니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들을 만큼 강행군이었어요. 밤 샘 촬영은 다반사였죠. 일일극은 세트 촬영이 많은 편인데 저희는 야외 촬영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만큼 디테일에 신경 쓴 거죠. 노도철 감독님이 너무나 열심히 하시니까 저희도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과가 좋아서 무척 기쁘고요. 드라마 종방연에서 만난 작가님께서 제게 수고했다면서 볼에 입을 맞춰주셨는데 너무나 감사했어요."

'엄마의 정원'은 독한 드라마였다.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탐욕, 며느리에게 대리모를 제안하는 막장 시어머니, 날마다 당하고 눈물 쏟는 여주인공 등 소위 막장이라 불릴 만한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정유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첫 대본 리딩 하던 날, 박근형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일일드라마가 막장이라고 불리지 않으려면 연기자들의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요. '대본에 묘사된 극한 상황도 연기자가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씀이셨죠. 선생님 덕분에 진정성을 갖고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고, 캐릭터의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에겐 너무나 큰 경험이 됐죠."

8개월 간의 마라톤을 막 끝낸 참인데 정유미는 벌써부터 새로운 레이스를 준비 중이다. '엄마의 정원'이 종영하기도 전에 소속사에 차기작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좀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겠냐고 물으니 "오디션을 보지 않고도 출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겸손한 대답과 함께 수줍은 웃음이 돌아왔다.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며 호흡이 긴 배우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녀. "'천일의 약속' 끝난 뒤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더 가져가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저는 '옥탑방 왕세자'의 악역을 선택했어요. '엄마의 정원'에서 눈물 많고 착한 역할이었으니까 이번엔 조금 다른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이 탐나요. 망가지거나 코믹한 역할도 자신있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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