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정우성, 20년만 불혹의 전라 노출 이유는?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9-30 08:26




정우성의 전라 노출. 단연 세간의 화제다.

영화 '마담뺑덕'에서 심학규 교수 역을 맡은 정우성은 띠 동갑이 넘는 신예 이솜과 파격적인 정사신을 선보였다. '마담뺑덕'은 전래동화 '효녀심청'을 모티브로 한 영화. 정우성이 맡은 심학규는 심봉사를 비튼 역이다. 심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로 지방 강사로 파견되고, 그 곳에서 순수한 시골 아가씨 덕이(뺑덕의 딸)를 만난다. 심 교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외로움 속에 덕이에 대한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결국 넘어서는 안될 선까지 넘어버린다. 한 남자의 이기심은 그와 그의 주변인들을 파멸로 치닫게 하는데 정우성은 영화에서 데뷔 이래 첫 전라노출을 감행했다. 20년 만에 처음 보는 장면. 화제를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

정우성을 만나고 그의 정사신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을 들려줬다. "상대 여배우가 계탔다","이솜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는 등의 반응에 대해 그는 의미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계탔지. 내가 열두살도 넘게 어린 여배우랑 찍었는데…."

그의 솔직한 답변에 몸에 대한 질문을 이어갈 용기가 생겼다. 사실 시사회 직후, 그의 중년의 몸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찬사도 있었지만, 살짝 아쉬움도 있었다. 배우로서 예민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편안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신의 한수' 촬영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마담뺑덕'으로 넘어가면서 운동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학규가 만들어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 좀 더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학규가 만들어지면서 갈수록 몸도 변형되더라."

하긴 몸만 보여주길 원했다면, 20대와 30대에 벗어도 충분했을 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학규는 지금보다 더 찌질한 남자로 묘사돼 있었다. 난 거기서 학규가 가진 장점과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찌질함을 좀 덜어내고, 무너져가고, 망가져가는 속에서 수컷 본능을 더 부각시키면 재미가 있지 않을까. 다행인지 임필성 감독도 이런 나의 의견을 좋아해주고, 수렴해주더라. 그렇게 학규가 만들어졌다."

정우성 표 심학규의 탄생.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의 말 속에 고심의 흔적도 엿볼 수 있었다.

"심정적 동의가 안가는 신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신들을 촬영할 때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심학규로서 타당한 선택이라면 이해하고 몰입하고 싶었다. 배우라면 작업을 할 때 잡다한 우려나 걱정은 떨쳐버리고, 작업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의도보다는 감성, 인물이 놓여있는 상황 속 감정들을 집중해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쉽지만은 않더라."

그가 말하는 '심정적 동의'. 그 말의 뜻이 궁금했다. 영화에서 심학규는 술과 담배에 취해서 살고, 여자와 도박에 빠져 허우적 댄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최고의 자리에서 그가 견뎌내야 하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정우성은 이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술과 담배는 동의가 된다. 하하. 그러나 도박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게 학규와의 차이다. 여자는 남자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는거 아닐까. 여자, 좋아한다. 하하."


정우성 같은 남자도 실연을 당해본 적이 있을까. 눈이 동그래진다. "당연히 당해봤다. 특히 어릴 때 많이 당했다. 가난한 청춘에게 실연은 숙명과도 같은 것 아닐까." 던지는 말마다 어록이다.

화제는 자연스레 어릴 적 꿈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영화배우를 꿈꿨다. 초등학교 때 늦은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는 게 낙이었다. 토요명화가 했는데, 빠빠빠라. 빰빠빠빠. 광고가 시작되면 그렇게 가슴이 떨릴 수가 없더라. 동시상영관도 자주 찾았다. 영화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어 원서도 넣어보고, 학교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방송국 3사에 원서도 다 넣었고, 그러다 텔레비전의 버라이어티 쇼에 나오고, 패널로도 나오고, 단막극에도 나오고 그러다 여기까지 왔다."

20년 간 톱배우로 살아온 정우성을 지탱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애석하게도 멘토는 내게 없었다. 정규 교육을 마친 것도 아니고, 온전하게 내 선택대로만 살아왔다. 선배도 없고 그랬다. 편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촬영장에 있을 때가 제일 마음이 편했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면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고민, 그것을 파헤치고 결과물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치유하는 과정에서 의식하지 못한 스트레스들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한다. 새로운 캐릭터로의 도전은 생존과도 같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가 전라노출을 감행한 까닭을 알게 됐다. 그에게 심학규는 2014년 들어온 새로운 도전이었을 뿐이었다. 그 안에서 정사씬은 연기적 필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