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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봄날', 가을날에 만나는 어른들의 힐링동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9-11 15:26


사진제공=MBC

가을날에 꼭 어울리는 어른들의 힐링동화가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자신에게 심장을 준 여자의 남편을 사랑하게 된 여자와 아내의 심장을 가진 여자에게 끌리는 남자의 이야기.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따뜻한 멜로가 봄날의 햇살 같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10일 첫 방송된 '내 생애 봄날'은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멜로 드라마다. 제주도의 그림 같은 풍광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심장을 기증받아 새 삶을 살게 된 여주인공 이봄이(최수영)는 기증자의 몫까지 두배 세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자다. 병원의 임상영양사로 한우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강동하(감우성)와 다툼에 휘말렸고, 이후 심장 기증자의 기일에 맞춰 찾아간 제주에서 또 다시 동하와 우연 같은 만남을 반복하며 운명적으로 얽혔다. 동하의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떨군 봄이, 봄이에게서 죽은 아내의 환영을 보는 동하.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시작이었다.

셀룰러 메모리. 장기 이식자들에게 기증자들의 성격이나 습관이 전이되는 현상. 아무리 막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의 격랑을 납득시키기에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소재가 또 있을까. 나이도 관습도 윤리도, 심장에 새겨진 사랑 앞에선 무력해진다. 그 사랑에 쏟아질 비난도 힘을 잃는다. 최루 효과도 보장한다. 셀룰러 메모리가 다소 식상한 소재임에도 멜로 드라마에서 자주 변주되는 이유다.

'내 생애 봄날'은 가벼운 코미디를 섞어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감정의 과잉을 막았다. 제주 바닷가에서, 관광버스에서, 히치하이킹을 한 트럭에서, 두 남녀는 하루 동안 무려 네다섯 번이나 우연 같은 만남을 거듭하지만, 억지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코미디 요소 또한 과하지 않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통속과 순수, 신파와 코미디의 적정 함량. 우선은 합격점이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파고 앞에서 기대보단 우려가 앞선다. 극중 봄이와 동하의 나이 차이는 18세. 더구나 봄이와 결혼을 약속한 연인 강동욱(이준혁)은 동하의 동생이다. 동하 입장에선 동생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두 형제가 한 여자를 놓고 다투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들 사랑의 윤리적 취약점을 셀룰러 메모리로만 납득시키려 하면, 로맨스가 힘을 잃는다. 시청자들을 그 사랑을 지지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는 우연의 반복 나열이 아니라, 개연성이 담보된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필요하다.

기대 요소는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감우성은 무심하고 까칠하면서도 은근히 다정한 동하 역을 마치 그 자신인 듯 편안하게 소화한다. 시청자들이 가장 호평을 보내는 것도 감우성의 연기다. 매력적인 중년남자의 새로운 표상이 될 듯하다. 우려됐던 최수영의 연기도 무난하다. 로맨틱 코미디 톤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다만 극이 흐르면서 극중 캐릭터의 감정을 성숙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걸그룹 이미지를 희석시킬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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