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란 스웨덴 영화가 있다. 영웅적 삶을 산 능력자 100세 할아버지의 코믹 모험기. 국내에도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영화. 제목만 한번 들어도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강렬함이 있다.
현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사라진 인물이 있다. 왕관 들고 도망친 '미스 미얀마' 메이 타 테 아웅(16). 지난 5월 한국의 한 단체가 주최한 '미스 아시아 퍼시픽 월드 2014'에 미얀마 대표로 출전한 아웅은 영광의 우승을 차지했다. 미얀마 출신 최초의 미스 월드의 영광도 잠시. 그는 지난달 27일 주최 측이 돌연 우승을 취소하자 시가 1억~2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왕관을 들고 잠적했다. 거기까지가 외신 보도였다.
아웅은 "단 한가지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처음 대회에 나갈때 국내에서 내 나이를 16살에서 18살 속인 것에 대해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접대 강요도 폭로했다. 우승 후 한국에서 K팝 가수가 되려고 트레이닝을 받았다는 아웅은 "음반을 낼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재계 거물들이 원할 때마다 접대에 나서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고 언급해 충격을 던졌다. 아웅은 가지고 온 왕관에 대해 "주최 측이 사과할 때까지 돌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이같은 아웅의 주장을 사실 무근이라고 전면 반박하고 있는 상황. 자칫 왕관 들고 도망친 아웅 사건은 국제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