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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극장가, 공포영화 보기 힘든 이유를 아시나요?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7-17 08:12



한때 여름 시즌하면 공포 영화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폰' '장화홍련' '여고괴담' 등 웰메이드 공포영화들이 개봉해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무더운 여름에도 공포영화를 찾기 힘들어졌다.

여름은 공포영화, 공식 깨졌다

몇년사이 흥행한 공포영화는 '숨바꼭질'이 고작이다. 사실 '숨바꼭질'도 정통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지난 해에는 '더 웹툰:예고살인'이 120만 관객을 모은 것이 최고 성적이다. '무서운 이야기2' '닥터' '꼭두각시' 등의 공포물이 개봉했지만 흥행면에서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수백만 관객을 모으며 여름을 휩쓸었던 예년과는 전혀 딴 판이다. 여름을 대표하던 장르물이었던 공포가 이제 힘을 모두 소진해버린 것이다. 이같은 흥행 성적은 자연히 공포영화 제작 기피로 이어졌고 올해도 한국 공포영화는 세 편이다. 이미 개봉한 '소녀괴담' '내비게이션'과 다음 달 13일 개봉하는 '터널 3D'뿐이다. '소녀괴담'은 50만 관객 정도를 모으며 막을 내릴 전망이고 '내비게이션'은 15일까지 684명의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정유미 연우진이 주연을 맡은 '터널 3D'는 3D라는 강점을 내세웠지만 아직 흥행 성적을 예단하기 힘들다.

자기 복제의 늪에 빠진 한국 공포물

'여고괴담'시리즈나 '장화홍련'은 한국 공포영화가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동안 사회에서 '쉬쉬' 해왔던 부분을 과감하게 끌어내 리얼리티 있는 일상적인 공포를 엮어내며 흥행성과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공포물은 자기 복제의 늪에 빠지며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제작된 공포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사운드와 화면 효과로 관객들에게 '깜짝쇼'를 펼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쉽고 빠른 제작의 맛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져 천편일률적인 공포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게 됐다"고 분석했다. '피의 중간고사'라는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트렌드를 잘 맞춘 성과였지 잘만든 공포영화는 아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한국 공포물에 대한 신뢰 없다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도 공포물을 보기 힘들게된 원인이다. 이 관계자는 "마치 '개그콘서트'를 제외한 다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늘 비슷한 코너, 비슷한 아이템이 난무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웃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고 공포영화도 '무섭다'는 생갭다 '또 기이한 소리를 지르고 깜짝 놀라게 하겠지'란 판단을 관객들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원 공포물 등 10대 취향의 공포영화가 흥행하자 그것에 맞춘 영화만 우후죽순으로 제작됐다는 것도 덫이 됐다. 영화의 주 관객층인 2030세대에게는 어필하지 못하고 이 가운데 완성도가 계속 떨어지며 외면받게 된 것.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한국 공포영화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무작정 똑같은 공포물을 다시 만들어낸다는 것도 좋은 전략일 수는 없다. 색다른 시각과 소재를 발굴해 공포영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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