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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뮤지컬계의 상황은 '혼돈 속의 침체'라고 할 수 있다. 완성도 보다는 스타캐스팅으로 승부하려는 시도가 일반화되었고, 6개월이 넘는 장기공연의 모험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쉽지 않아보인다. '이 작품이 왜 지금 공연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사라졌고, 무엇이 좋은 작품이냐의 기준 또한 애매해졌다. 뮤지컬 홍보자료인데 작곡가의 이름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제작자들은 모두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지만 새로운 뮤지컬들은 또 개막한다. 그야말로 혼돈의 악순환이다.
작곡과 작사를 맡은 질 산토리엘로는 원작에 담긴 낭만적이고 서사시적인 요소들에 영감을 얻어 10년의 노력 끝에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완성했다.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32곡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를 통해 녹여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삼총사', '잭더리퍼'에 이어 최근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연출가 왕용범이 합류해 기대를 자아낸다. 왕용범 연출은 기존의 스토리라인을 더욱 짜임새 있게 다듬어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한 남자의 숭고하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예정이다.
캐스팅도 탄탄하다. 염세주의자로 술로 세월을 보내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변호사 시드니 칼튼 역에 서범석, 이건명, 한지상이 트리플로 나서고, 프랑스 귀족이지만 귀족의 횡포에 환멸을 느껴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버리고 양심을 택하는 찰스 다네이 역은 정동하와 박성환이 맡는다. 또한 뮤지컬 배우 최현주와 김아선이 칼튼과 다네이 두 남자로부터 사랑받는 루시 마네뜨로 변신한다. 혁명의 분위기를 타고 복수의 화신이 된 비련의 여인 마담 드파르지 역은 중견 이혜경과 소냐가 맡는다. 오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제작 비오엠코리아.
오는 27일부터 9월14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블러드 브러더스'는 1990년대 극단 학전이 '의형제'라는 제목으로 번안해 여러 차례 공연해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작품이다.
연극 '리타 길들이기', '셜리 발렌타인'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의 대표작으로 쌍둥이 형제 미키와 에디의 엇갈린 운명을 비극적이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미 런던 웨스트엔드, 뉴욕 브로드웨이,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며 흥행신화를 세운 '고전'이다. 1983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24년간 1만회 이상의 공연된 작품으로 1983년 올리비에상 최우수 뉴 뮤지컬상,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두 명의 남자 배우의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의 성격에 부합하는 캐스팅이 성사됐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언제나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여온 배우 송창의와 대한민국 최고의 핫 아이콘이 되어 3년 만에 무대로 화려하게 컴백하는 배우 조정석이 비극적인 운명의 쌍둥이 형제 중 자유분방하고 순수한 미키 역을 나눠 맡는다. 쌍둥이 동생 에디 역은 공연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장승조와 가수, 예능에 이어 뮤지컬까지 평정한 팔색조 배우 오종혁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이외에 진아라, 구원영, 김기순, 문종원, 배준성, 최유하, 심재현 등 탄탄한 배우들이 뒤를 받친다.
웨스트엔드 최고의 연출가로 불리는 글렌 월포드가 직접 내한해 상상력 넘치는 무대를 선사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쇼노트와 CJ E&M 공동 제작.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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