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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회 칸 국제영화제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올해 한국영화는 지난 해에 이어 경쟁부문에 한 편도 진출하지 못했고, 다른 부문에 초청됐던 영화들 역시 수상에 실패했다.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은 터키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에게 돌아갔다.
칸 국제영화제 크리스티앙 존 부집행위원장은 "처음 영화를 본 순간 좋다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소재인데 뛰어난 연출력의 힘으로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는 압도적이었으며 '도희' 역을 맡은 김새론은 앞으로도 크게 주목되는 배우이다. 다음에도 칸에서 다시 보길 기대한다"라며 타이틀 롤을 맡은 김새론에 관심을 표했다.
'끝까지 간다' 역시 호평 받았다. 버라이어티는 "이선균은 적절하게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과장된 역이 아니어도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로 깊은 인생을 준다"고 연기를 극찬했고 할리우드 리포터(Hollywood Reporter)는 "폭주하는 서스펜스와 블랙 유머가 만나 완성된 한시도 예측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작품", "에너지 넘치며 혼을 빼놓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라고 호평했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표적'에 대해 원작 연출자 프레드 카바예 감독은 "원작과 거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각의 캐릭터 묘사가 상당히 다르다고 느껴져 무척 흥분됐었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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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실패보단 사회적 관심에서 Bad!
사실 영화제에서 수상 실패는 크게 부각시킬 일은 아니다.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것만 해도, 각종 외신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것만 해도 한국영화의 기쁨이다. 전도연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맹활약했다는 것은 수상 못지 않게 큰 일이다.
게다가 '표적'은 호평을 받은 것에 힘입어 칸 필름마켓을 통해 독일 터키 스위스 3개국과 중동 남미 지역에 수출됐다. '도희야' 역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판매를 확정 지었고 일본 독일도 구매의사를 밝혔다.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북미를 비롯해 일본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 멕시코 타이완 태국 등 15개국과 판매계약을 할 만큼 성과를 거뒀다.
물론 과제도 남기긴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물 다섯의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이 '마미'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을 보면서 우리 영화계도 젊은 감독 발굴에 더 힘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칸영화제를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데 활용하는 월드스타들의 모습을 보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멕시코계 미국 배우 셀마 헤이엑은 애니메이션 '예언자' 시사회 레드카펫에 "우리 소녀들을 돌려달라(#Bring Back Our Girls)"라는 문구를 들고 섰다.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270여 명의 나이지리아 여학생을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실베스터 스탤론, 멜 깁슨, 안토니오 반데라스, 해리슨 포드, 제이슨 스타뎀 등도 동참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일란 감독과 배우들은 터키 소마 탄광 사고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을 모으기 위해 '#SOMA'라는 문구를 들었다. 세일란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젊은 터키 사람들과 지난 한 해 동안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며 광산 사고와 터키 반정부 시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배우들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PrayForSouthKorea' 해시태그 문구를 들고 레드카펫에 섰다면 어땠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