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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금무지개' 유이 "새로운 캐릭터 도전할 용기 생겼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4-04-22 08:31


1일 탤런트 유이가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유이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 정일우와 애틋한 로맨스를 펼쳐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막을 내린 '황금무지개'에서 김백원(유이)과 서도영(정일우)은 해피엔딩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었고, 악행을 서슴지 않던 도영의 아버지 서진기(조민기 분)는 결국 몰락했다. 드라마를 마치고 소감을 밝힌 유이가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01

성격 참 좋다. 마주 앉은 사람을 단숨에 무장해제시키는 '폭풍 같은' 친화력. 꺄르르 잘 웃고, 수다도 야무지다. 낯가림, 예쁜 척, 내숭, 이런 단어들은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농담 삼아 '여배우의 신비로움'을 요구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아유, 제가 예전에 운동선수였잖아요. 그래서 별로 가리는 게 없어요. 털털하죠." 마치 10분 같았던 1시간의 인터뷰. 이것이 유이의 진짜 매력이다.

유이가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라는 걸 잠시 잊어버렸다. 연기도 곧잘 잘하는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아이돌 프리미엄 없이 실력으로 인정받는 진짜 연기자니까…. 유이는 MBC 드라마 '황금무지개'를 촬영하는 동안 가수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서다. "어느 하나에 푹 빠지면 다른 일은 잘 챙기지 못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을 안 할까 봐 연애도 뒤로 미뤘다"고 한다. "아마도 연애를 하면 확 티가 나서 금세 걸릴지도 모른다"면서 '푸핫' 웃음보를 터뜨렸다.

유이가 연기한 '황금무지개'의 김백원은 우여곡절 많은 캐릭터다. 아버지 한주(김상중)가 가슴으로 낳은 딸, 일곱 남매의 든든한 버팀목, 거대 수산그룹의 잃어버린 외손녀,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여자.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씩씩하게 고난을 헤쳐나가는 캔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비련의 여인도 아니다. 캐릭터가 그 둘의 중간쯤에서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는 게 유이의 얘기다. "백원이를 연기하면서 행복한 순간도 있었지만 솔직히 답답한 적도 많았어요. 남의 얘기만 듣고 상황을 오해하거나 거짓말에 잘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백원이가 착해서 그런 걸까 하고 고민도 했어요. 중심 잡기가 참 어려웠죠. 작가님과 상의하고 또 혼자 고민하면서 얻은 답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 백원이도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가족이 얽힌 일이니까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저 자신을 설득했어요. 그렇게 백원이를 이해하고 나니 몰입이 되더라고요."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01
극중에서 부친상과 조모상을 당해 장례를 두 번이나 치렀다. 한번은 하루동안 10개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모두 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백원이가 오열하는 내용이었다. 촬영 후 재밌는 동영상을 보거나 달콤한 음식을 먹으며 슬픈 감정에서 빠져나오곤 했는데, 그날만큼은 감정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다음날 첫 촬영은 무덤에 가는 장면이라 밤새 한숨도 못 잤다. "상복을 입고 퉁퉁 부은 눈으로 무덤가에 서 있는 저에게 어느 누구도 말을 걸지 못했어요. 조민기 선배님은 상을 세 번 당한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저에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황금무지개'가 해피엔딩이라서 참 다행이에요. 새드엔딩이었으면 아직도 슬픔에서 못 벗어났을지도 몰라요."

덕분에 오열 연기에는 도가 텄다. 유이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울어봤다"며 "예쁘게 우는 건 어렵지만 솔직하게 감정에 젖어 우는 연기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사람은 원래 바깥 상황이 가혹하면 안에서 똘똘 뭉치기 마련이다. 극의 흐름은 극한으로 치달았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더없이 화목했다. 주요 배경이었던 횟집에서 촬영이 끝나면 소품으로 쓰인 회를 먹겠다며 서로 아웅다웅하기도 했다. 촬영 틈틈이 수다도 끊이지 않았다. 유이는 김상중을 아버지라 불렀고, 극중 어머니 도지원을 언니라 불렀다. 호칭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특히 아버지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중요한 장면에선 미리 세트장에서 와서 제 연기를 지켜보셨어요. 제가 힘들어하면 촬영을 중단시키고 연기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셨고요. 아버지와의 마지막 촬영에선 눈물이 쏟아져서 애 먹었어요.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하니 힘들더라고요. 다음에 작품 제안을 받으면 아버지와 꼭 같이 상의하자고 하셨어요. 진짜 딸처럼 보살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유이는 배우들이 교감하며 연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알았다. 연기력이 성장했을 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연기에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연기 욕심도 커졌다. "예전에는 제가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작품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두렵더라도 새로운 캐릭터에 과감히 도전하고 싶어요. 미친 사람이든, 악역이든, 애교 많은 여자이든, 지금까지와 다른 역할이라면 상관없어요. 영화에도 욕심이 생겨요. 몇 장면밖에 나오지 않는 조연이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영화는 또 다른 세계니까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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