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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참 좋다. 마주 앉은 사람을 단숨에 무장해제시키는 '폭풍 같은' 친화력. 꺄르르 잘 웃고, 수다도 야무지다. 낯가림, 예쁜 척, 내숭, 이런 단어들은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농담 삼아 '여배우의 신비로움'을 요구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아유, 제가 예전에 운동선수였잖아요. 그래서 별로 가리는 게 없어요. 털털하죠." 마치 10분 같았던 1시간의 인터뷰. 이것이 유이의 진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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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오열 연기에는 도가 텄다. 유이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울어봤다"며 "예쁘게 우는 건 어렵지만 솔직하게 감정에 젖어 우는 연기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사람은 원래 바깥 상황이 가혹하면 안에서 똘똘 뭉치기 마련이다. 극의 흐름은 극한으로 치달았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더없이 화목했다. 주요 배경이었던 횟집에서 촬영이 끝나면 소품으로 쓰인 회를 먹겠다며 서로 아웅다웅하기도 했다. 촬영 틈틈이 수다도 끊이지 않았다. 유이는 김상중을 아버지라 불렀고, 극중 어머니 도지원을 언니라 불렀다. 호칭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특히 아버지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중요한 장면에선 미리 세트장에서 와서 제 연기를 지켜보셨어요. 제가 힘들어하면 촬영을 중단시키고 연기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셨고요. 아버지와의 마지막 촬영에선 눈물이 쏟아져서 애 먹었어요.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하니 힘들더라고요. 다음에 작품 제안을 받으면 아버지와 꼭 같이 상의하자고 하셨어요. 진짜 딸처럼 보살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유이는 배우들이 교감하며 연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알았다. 연기력이 성장했을 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연기에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연기 욕심도 커졌다. "예전에는 제가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작품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두렵더라도 새로운 캐릭터에 과감히 도전하고 싶어요. 미친 사람이든, 악역이든, 애교 많은 여자이든, 지금까지와 다른 역할이라면 상관없어요. 영화에도 욕심이 생겨요. 몇 장면밖에 나오지 않는 조연이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영화는 또 다른 세계니까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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