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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의 코드변화, 리얼→소통 '일반인 예능 통할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04-01 08:04


'밀리언셀러'. 사진=KBS

KBS가 변신을 꾀한다.

KBS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인다. '나는 남자다', '미스터 피터팬', '두근두근 로맨스-30일', '밀리언셀러', '대변인들', '공소시효' 등 6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에 달라진 KBS 예능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나는 남자다'. 사진=KBS
'리얼→소통'으로의 코드 변화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 파일럿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피선데이-1박2일', '인간의 조건' 등 연예인들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집중 조명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재미를 봤던 KBS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다. 이와 관련 박태호 KBS 예능국장 역시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가 리얼이었다면, 올해는 국민"이라고 밝혔다.

우선 '나는 남자다'는 남자를 위한 토크쇼다.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여자들은 모르는 남자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다룬다. 3월 19일 진행된 첫 녹화에서는 일반인 남성 출연자 250명이 함께한 가운데 유재석을 중심으로 노홍철 임원희 임시완(제국의아이들) 장동민 허경환이 토크 배틀을 벌였다.

이휘재가 MC를 맡은 '두근두근 로맨스-30일'은 일반인 출연자가 30일 동안 연애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의 연애 스타일을 알아본다는 취지다. 박수홍 은지원 정재형 장기하 박명수 김준현 돈스파이크 진영 등이 출연하는 '밀리언셀러' 역시 대국민 소통을 표방한다. 일반인 출연자의 사연을 작곡/프로듀서 팀이 듣고 사연 신청자 4명의 가사에 맞춰 곡을 만든다. 이후 국민 가수가 이 4곡으로 쇼케이스를 열고 밀리언셀러 곡을 선정하는 식이다.

'대변인들'은 할 말 시원하게 못하는 국민들의 '입'이 되겠다고 자처한 역지사지 토크쇼다. 김구라 성시경이 메인MC로 나서고 유정현 조우종 오상진 방은희 김지민 김도훈 조세호가 출연한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을 재구성해 VCR과 스튜디오 토크로 되짚어보는 미스터리 추리 프로그램 '공소시효'나 신동엽의 첫 리얼 관찰 예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스터 피터팬'은 조금 맥을 달리하긴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점으로 삼았다는 점은 비슷하다.


'미스터피터팬'. 사진=KBS

왜 '일반인 파일럿'인가?

일반인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뭘까? 우선 관찰 예능이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게 큰 이유로 작용했다. 한동안 리얼 버라이어티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득세하면서 지상파 3사 방송사가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에 싫증난 대중이 새로운 걸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관찰 예능이 떠올랐다. 특히 스타의 육아일기를 살펴볼 수 있는 MBC '아빠 어디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이 예전보다 화제성이 떨어지자 한 발 더 나아간 포맷, 즉 우리 주변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떠오른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또 KBS의 수신료 현실화 정책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KBS는 "공영 방송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영 방송의 책무는 여러가지로 풀이될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건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사회 통합 및 융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KBS의 새 예능 프로그램 역시 오락성보다는 소통과 공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

그러나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인적 자원이 막대한 만큼 섣불리 정규편성을 하기보다는 파일럿 형식으로 2주 정도 반응을 살핀 뒤 부담없이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움직임이 생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변인들'. 사진=KBS
非예능인+일반인 조합, 통할까?

그러나 일반인 예능에는 변수가 많다. 우선 출연자 사정에 따라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출연자를 일일이 검토하거나 감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베테랑MC 이영자조차 "우리같은 방송인들과 일반인은 다르다. 우리에게는 방송이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 출연을 확정해놓고 거부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 방송이 펑크난 적도 있다"고 토로했을 정도. 또 전문 방송인조차 힘겨워하는 방송 분량을 일반인들이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있듯, 비슷비슷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

여러모로 고민이 깊은 시점에서 KBS는 획기적인 조합 카드를 꺼냈다. 바로 비예능인을 대거 기용한 것. 비예능인이 일반 시청자와 만났을 때 오히려 신선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게 KBS의 계산으로 풀이된다. 또 유재석 신동엽 등 국민MC들이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고, '1박2일'이나 '무한도전' 등으로 시청자와의 만남에 도가 튼 은지원 노홍철 박명수 등 노련한 서브MC들이 받쳐주고 있긴하다. 하지만 전문 예능인들도 힘들어하는 일반인 예능을 비예능인이 얼마나 살려낼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날 것 그대로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얼굴마담'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할 것인지. 게스트의 숨겨진 능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밀리언셀러'를 중심으로 '대변인들'은 1일, '미스터피터팬'은 4일, '공소시효'는 5일, '나는 남자다'는 9일, '두근두근 로맨스-30일'은 16일 시청자와 처음 만난다. KBS의 획기적인 변화에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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