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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말', '사랑해서…', '불륜' 소재도 해석하기 나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2-19 09:24


사진캡처=SBS

안방극장에서 불륜은 곧 '막장'으로 통한다. 자극적인 상황 설정과 선정적인 표현은 불륜 드라마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야기 전개 역시 불륜으로 인한 가정파괴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배우자의 복수극 혹은 인생역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막장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아침드라마에 불륜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건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SBS '따뜻한 말 한마디'와 MBC '사랑해서 남주나'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불륜을 다룬다.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불륜의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며 현실성과 공감을 획득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 관계인 유재학(지진희)과 나은진(한혜진)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시작했다. 나은진은 남편 김성수(이상우)의 외도 사실에 분노했지만 정작 자신이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지자 남편과 이혼을 하려했다. 이혼 얘기에 충격 받은 성수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아내를 위로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변하는 방식으로 노력한다. 반면 유재학과 송미경(김지수) 부부는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헌신과 사랑을 쏟았던 남편의 배신을 알고도 참아왔던 미경은 모든 사실이 드러난 이후 폭주했다. 사과조차 하지 않는 재학의 무심한 태도, 그리고 고통받는 자신과는 달리 가해자인 나은진 부부가 서서히 관계를 회복해가는 모습이 그녀를 자극했다.

은진에게 "변하겠다"고 선언한 성수,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는 미경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재학. 두 부부의 대조적인 상황은 이 '말 한마디'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이 드라마는 평범한 부부가 예기치 못했던 불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관계가 어떻게 일그러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회복되거나 파괴되는지 보여주면서, 결국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게 만든다.

'사랑해서 남주나'에도 불륜이 극의 주요 갈등 요소로 등장한다. 퇴직 판사인 정현수(박근형)는 젊은 시절 불륜으로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그런 아버지를 보살피고 동생들을 다독이던 속 깊은 큰딸 유진(유호정).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불륜스캔들에 휘말리자 꽁꽁 숨겨놨던 트라우마를 밖으로 터뜨렸다. 남편의 해명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아버지의 불륜으로 태어난 이복동생 재민(이상엽)에게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아냐"며 분노했다. 불륜이 부부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식들과 그 가족관계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실적으로 그려낸 장면이었다.

현수네 가족은 힘겨워 하는 유진을 위로하면서 서로에게 감춰왔던 상처와 속마음을 하나둘씩 꺼내놓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가족애를 회복해가는 과정은 설득력 있게 그려졌고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이 드라마가 불륜을 다루면서도 막장이 없는 '착한 드라마'라고 호평 받는 이유다.

사실 불륜만큼 현실적인 소재도 없다. 불륜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그것을 다루는 태도가 다를 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사랑해서 남주나'는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불륜 자체가 아닌 결혼, 부부, 가족 같은 일상 속 관계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막장도 장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막장의 홍수를 이룬 안방극장. 막장의 단골 소재인 불륜에 대해 이 두 편의 드라마가 보여준 통찰력과 신선한 접근법은 그래서 더욱 특별해 보인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캡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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