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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남' 장근석, 흥행과는 인연이 없는 이유?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11-29 08:38


18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KBS드라마 '예쁜남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제작발표회 무대에서 장근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논현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18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 국내를 대표하는 한류스타다. 괜히 '아시아 프린스'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명성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드라마 제작발표회가 열릴 경우, 행사장에 배달된 쌀 화환은 한 배우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팬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다. 지난 18일, KBS 드라마 '예쁜 남자'의 제작발표회장엔 장근석의 앞으로 배달된 쌀화환이 수북히 쌓였다. 무려 16톤이 넘는 양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칠레,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지의 팬들이 장근석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장근석 측은 이 쌀 화환을 독거노인, 아동보호시설 등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톱스타답게 마음 씀씀이도 넉넉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스타인데 드라마만 하면 시청률에서 재미를 못 본다.

최근작들을 보자. 2010년 방송된 '매리는 외박중'과 2012년 방송된 '사랑비'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부진에 허덕였다. '매리는 외박중'에선 문근영과, '사랑비'에선 소녀시대 윤아와 호흡을 맞추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현재 출연 중인 '예쁜 남자' 역시 마찬가지. 지난 27일 기준으로 이 드라마는 5.4%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경쟁작인 SBS '상속자들'(19.8%)과 MBC '메디컬탑팀'(5.5%)에 뒤진 동시간대 최하위 기록이다. 이번엔 파트너가 국민여동생 아이유다. 두 사람의 만남 자체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장근석 효과'도, '아이유 효과'도 없었다.

'인기남' 장근석이 이렇게 유독 흥행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관계자들은 "캐릭터 변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근석이 최근 드라마에서 연기한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매리는 외박중'에선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로 여자에게 싫증을 느끼고 떠나는 나쁜 남자 강무결 역을 연기했다. '사랑비'에서 맡았던 것은 자기만 옳고 자기만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포토그래퍼 서준 역. 또 '예쁜 남자'에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남자 독고마테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도도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공통점이 보인다. 모두 까칠한 성격의 꽃미남 캐릭터들이다. 드라마 속 설정이나 캐릭터의 직업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중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장근석이 최근 몇 년간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이미지는 한결 같았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았다.


순정만화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의 캐릭터들은 장근석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만한 역할이긴 하다. 그 역할을 장근석보다 더 잘 소화해낼 만한 다른 배우를 찾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장근석의 왕자님 이미지가 지나치게 소비돼 버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장르적 특성도 한 몫을 했다. '매리는 외박중'과 '예쁜 남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지난 2011년 개봉해 흥행에 참패했던 장근석의 출연 영화 '너는 펫' 역시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다소 과장된 설정과 캐릭터가 등장한다. 높은 연령대 시청자들에겐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요소다. 그러다 보니 장근석의 출연작들은 일부 시청자들에게만 사랑을 받는 마니아 드라마가 돼 버렸다.

물론 흥행이 다는 아니다. 올해로 스물 여섯. 아직 시도할 것도, 보여줄 것도 많다. 흥행에선 큰 재미를 못 보고 있지만, 장근석이 아시아 전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최고의 한류스타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또래 배우들은 이뤄내지 못한 성과다. 또 장근석은 업계에서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20대 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다.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흥행은 사실 배우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운도 따라줘야 한다"며 "연기자 생활을 하며 어떤 배우는 흥행 작품을 일찍 만나기도, 어떤 배우는 늦게 만나기도 한다. 장근석은 연기자로서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그런 작품을 만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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