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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상속자들'은 기획 단계부터 인기 미드 '가십걸'을 연상캐했다. 뉴욕 최상류층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가십걸'의 배경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조목조목 뜯어보면 배경 뿐이 아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부유층 자제들은 통하는 구석이 있는지 캐릭터끼리 오버랩되는 경우가 많다. 두 드라마의 대표 인물들의 성격과 배경, 관계를 분석해봤다.
영도 vs 척
누가뭐래도 두 드라마에서 가장 여심을 흔들게 하는 캐릭터다. 살 떨릴 정도로 나쁜 행동만 골라하는 악역이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점점 변해간다. 제법 귀여운 행동도 나오고, 사랑하는 여자의 흑기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팬들이 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차차 빠져들게 되는 나쁜 남자 캐릭터가 바로 영도(김우빈)과 척(애드 웨스트윅)이다. 두 사람은 또 어려서부터 친어머니를 잃고, 차가운 아버지를 상대로 맞서야 하는 운명도 가졌다. 그래서 외로워보이고, 이 또한 여심을 자극한다.
귀족 학교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집단이 있다. 평민 그룹이다. 제국고에 은상(박신혜)와 찬영(강민혁)이 사배자(사회배려자전형)으로 들어온 것처럼 댄(펜 바드글리) 역시 아버지의 교육열에 부유층 학교에 입학했지만,버겁다. 은상과 마찬가지로 댄은 아르바이트 인생이다. 하지만 성격이나 관계면에서는 찬영과 더 닮았다. 댄은 부유층 아이들 속에서도 열등감을 갖기보다는 공부도 잘하고, 당당하다. 찬영이 부잣집 딸 보나(정수정)와 사귀면서도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댄 또한 상류층인 세레나(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연애를 즐긴다. 이와 함께 두 사람 모두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낸다. 아버지의 요리 솜씨를 탓하고, 고민도 들어주는 친구같은 아들 설정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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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헬과 블레어는 영도와 척에 버금가는 악녀 캐릭터다. 두 사람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부잣집에서 태어나 '아가씨'로 대우받고 산 인물들이다. '하늘 아래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캐릭터다. 라헬이는 자신의 약혼자를 뺏어간 은상이 미워죽겠고, 블레어는 자신의 약혼자와 실수로 잠자리를 한 세레나가 미워죽겠다. 그래서 라헬이는 '사배자'임을 숨긴 은상이를 곤란하게 하고, 블레어는 세레나를 괴롭히기위해 나쁜 짓을 일삼는다. 두 사람의 엄마가 의류업 종사자라는 설정도 똑같다. 매 방송에서 두 사람의 엄마는 의상을 배경으로 등장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딸과 소통이 안된다. 그래서 라헬이와 블레어가 못된 구석 뒤에는 불쌍해보인다.
보나 vs 세레나
두 사람은 많이 다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사랑스럽기만 한 보나(정수정), 이와다르게 자폐증에 걸린 동생을 감싸야했던 세레나(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일찌감치 철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난한 학생 찬영과 댄과의 사랑도 마다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가졌다는 것, 극 중 비주얼 담당아리는 부분이 통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가십걸'로 뛰어난 몸매와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 패셔니스타에 떠오르기도 했다.
찬영 부, 라헬 모, 영도 부 vs 댄 부, 세레나 모, 척 부
두 드라마에서는 한순간에 친구가 '브라더(brother)', '시스터(sister)'로 둔갑한다. 부모들의 재혼으로 말이다. 영도의 아버지 동욱(최진호)는 라헬의 어머니 에스더(윤손하)와 약혼한 사이다. 호텔업과 의류업을 하고 있는 두 집안의 정략 결혼인것. 마찬가지로 척의 아버지도 세레나의 어머니도 재혼했다. 한순간에 척과 세레나도 의붓남매 사이가 된 것. 이게 다가 아니다. 못 이룬 사랑에 대한 미련도 크다. 에스더는 찬영의 아버지 재호와 대학교 때 연인 사이였으며, 현재까지도 애매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세레나의 어머니 역시 댄의 아버지와 과거 연인 사이였으며, 아이들을 핑계로 수시로 만남을 가진다. 사랑 보다 현실을 택한 이들의 사랑이 현재까지도 미련을 못 털어내는 것. 또 그 관계가 세대를 넘어 영향을 미치게 한다는 설정도 비슷하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