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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호동, 적응기는 끝났는데...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11-20 16:22 | 최종수정 2013-11-22 08:15


사진캡처=KBS

적응기는 끝났다. '돌아온 국민 MC' 강호동이 살아났다. 지난 2011년 9월 세금 과소납부 의혹에 휩싸인 뒤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했던 강호동은 약 1년의 공백기를 거친 뒤 복귀했다. 그의 KBS 복귀작은 '달빛 프린스'. 시작부터 삐그덕댔다. 한때 '시청률 보증 수표'라 불렸던 강호동이었지만, '달빛 프린스'의 시청률은 바닥을 맴돌았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폐지됐다. 예능계를 호령했던 강호동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였다. 이때부터 '강호동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호동은 '달빛 프린스'의 후속으로 전파를 타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을 통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데다가 야외 버라이어티의 성격을 띤 프로그램. 강호동이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강호동 맞춤형 예능'이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6.7%의 시청률(닐슨코리아). '대박'이라고 할 만큼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화요 예능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데다가 인터넷상에서도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호동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기엔 충분하다는 평가. 강한 승부욕을 지닌 강호동의 캐릭터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과거 '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끌던 당시의 모습이 연상된다.

지난 19일 방송에서 이런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열 두 살이나 어린 줄리엔강과 투지 넘치는 몸싸움을 벌이고, 새로 프로그램에 합류한 김혁에게 짓궂게 '선배 행세'를 하는 모습을 통해 '강호동표 웃음'을 줬다.

사실 강호동의 활약은 안 보이는 곳에서 더 빛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연예 관계자는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동생들을 이끌고 나가는 리더십이 좋다"며 "특히 예능이 처음인 신인들에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줘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적응기를 마친 강호동이 과거 못지 않은 영향력을 예능계에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호동에게 '예능 황제'라는 타이틀을 다시 붙이기에는 2%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1박2일'과 같은 '시청률 대박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 강호동이 출연 중이던 SBS '맨발의 친구들'은 시청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끝에 최근 폐지됐다. 강호동 개인의 예능감은 충분히 돌아왔지만, 외부 환경이 안 따라주는 느낌이다.

강호동이 공백기를 거치는 사이 예능계 판도는 완전 바뀌었다. 예전엔 1인 MC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대한민국 예능의 중심은 강호동과 유재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어린 아이들이 출연하는 예능과 관찰형 예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와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사랑이. 열 살도 안 된 이 아이들이 지금은 강호동이나 유재석보다 예능계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과연 강호동이 어떤 프로그램을 차기작으로 선택할지에 쏠린다. 예능 판도가 180도 바뀐 가운데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골라야 한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한 선택을 해야 되는 상황. 돌아온 강호동이 다시 예능 최강자로서의 칭호를 손에 쥘 수 있을까. 차기작을 통해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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