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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눈에 밟혀요.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나 애틋한 모녀 사이라니. 이산가족이 따로 없다. MBC '투윅스'를 마친 박하선의 소감은 극중 딸에 대한 자랑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된다. "친구들을 만나도 제 눈엔 지나가는 아이만 보여요. 어떤 아이도 우리 수진이(이채미)만큼 예쁘진 않더라고요."
"누가 더 좋냐고 채미에게 물으면 마구 부끄러워하면서 '몰라요'라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저절로 눈에 하트가 그려져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니까요. 그런데 결국엔 제가 이겼어요. 엄마가 좋으면 울고 아빠가 좋으면 웃어보라고 하니까 우는 표정을 짓더라고요. 집에서도 제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한대요.(웃음)"
박하선은 '투윅스'를 통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로 인해 유난히 화목했던 촬영 분위기, 그리고 작품성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아~ 정말 좋다!" 여운이 짙은 이 한마디 말에는 뿌듯함, 후련함, 충만함이 모두 담겨 있었다. "마치 남의 드라마인 것처럼 팬의 마음으로 방송을 봤어요. '오오오~' 감탄하면서요. 진짜 빠져나오지 못하겠더라고요. 대본이 기다려진다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았어요. '투윅스'는 한국드라마의 수준을 뛰어넘어요. 내가 이렇게 훌륭한 작품에 출연했다니,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다니, 정말 영광스러워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청순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인기를 모았지만,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는 뜻밖의 고백도 털어놓았다. 지치고 힘들고 공허한 감정에 사로잡혀 컨디션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무얼 해도 만족이 되질 않고 답답했다. '투윅스'는 그런 박하선을 정상궤도로 다시 끌어올려 준 작품이다. "이제야 비로소 '하이킥'을 떨쳐낸 기분이에요. 다시 연기 열정도 생겼고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졌어요. 나이 스물일곱에 '투윅스' 같은 명작을 만났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제 필모그래피에 '투윅스'가 남는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제겐 충분해요."
진지한 대화 속에 무심코 나이 얘기가 살짝 끼어들자 박하선이 "아직 파릇파릇한 20대 여배우라는 사실을 강조해달라"며 천진난만하게 "푸핫" 웃음을 터뜨린다. "30대 배우들의 성숙함과 아이돌의 높은 인지도 사이에서 20대 여배우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기억해달라"고도 했다. 그 말마따나 박하선은 요즘 보기 드물게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으로 올라선 배우다. 그 사이 독립영화, 아침드라마, 사극, 시트콤, 미니시리즈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작품을 했다. 그리고 서른살까지는 계속 그렇게 달려가겠다고 했다. 서른살 이후 좀 더 풍요롭고 여유로워진 자신을 기대하면서.
"'투윅스' 소현경 작가님의 대본이 어려워서 제가 충분히 이해를 못한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좀 더 나이 들고 내공이 쌓이면 훨씬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보영 선배님처럼요. 그땐 저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같은 작품도 만나고 싶어요. 저도 연하배우와 꽤 잘 어울려요.(웃음) 저에게 노안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아니라 '묘안'이에요. 묘한 얼굴.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얼굴이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여진구 씨가 빨리 자랐으면 좋겠네요. 푸하하."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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