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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기자의 만난 후愛]
누가뭐래도 200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MC는 유재석일게다. 오죽하면 '1인자'로 불려질까. 누군가에게 존경심, 부러움, 때로는 시기섞인 말로 들릴 수 있는 '1인자'라는 수식어가 그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그만큼 유재석은 한 연예인이길 넘어 대중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민 MC다.
유재석 역시 긴장된 모습으로 등장했다. '무한도전'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단상에 오른 그는 평소처럼 멤버들을 챙겼다. 그리곤 어김없이 진행자로 나섰다.
"'무한도전'을 시작하고 이런 자리는 처음이네요. '무한도전' 가요제를 열게 돼 마련한 자리기도 하지만 이런 기회가 처음인 것 같아서 긴장되네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는 이어 멤버들을 차례로 인사시켰다. 그리곤 "방금 전까지도 선글라스를 껴지 않았는데, 협찬때문에 꼈어요. 선글라스가 노출이 돼야 증정한다고 해서 꼈다네요"라며 박명수를 가리켰다.'2인자' 박명수의 선글라스 낀 모습이 혹시라도 예의가 없어보일까 재치있는 농을 친 것. 유재석의 배려 진행이 엿보이는 순간이다.
이날 유재석은 가요제와 관련된 자리답게 유희열과 콤비를 이룬 '하우두유둘'에 대한 이야기부터 전했다. "유희열씨와 R&B 도전을 하기로 정했어요. 제가 댄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를 하면서 R&B 도전은 처음이네요.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지만,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연습도, 다른 가요제에 비해 더욱 최선을 다해서 노래도 부르고 했어요.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만큼 후회가 없도록요."
그리곤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2위를 계속 했었는데요. 계절적인 요인이 R&B가 의외로 돌풍을 가지로 올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1위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엊그제부터 찬 바람이 불면서 기대하고 있어요."
이어진 멤버들의 가요제 참여 소감을 들으며, 유재석은 맞장구를 치거나, 관심이 덜해질까 적절한 유머로 웃음을 유발키도 했다. 특히 정형돈이 소감을 밝히는 동안 본의아니게 카메라 기자들이 철수하자, "약간 지루했나봐요. 몇몇 기자분들이 일어나셨네요"라는 위트는 경직된 기자간담회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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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길을 끈 대목은 8년 동안 '무한도전'을 이끌어 온 유재석의 무게와 진심이 담긴 소회였다.
"사실 제가 부끄러움도 많고, 쑥스러움도 많습니다. 제 이야기를 한다는 게 쑥쓰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그랬고, 진작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8년 동안 해오면서 여러가지 일이 많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의 악수와 응원을 받았던 회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분들에게 조금은 아쉬움을 줬던 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따끔한 비판, 질책, 그런 따끔한 비찬과 질책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실패를 하려고 준비하진 않았지만 실패를 했던 특집이나 박수를 받은 적도, 방송이 됐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혀 예상할 수 없기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번 비판이나 박수에 기가죽거나 그렇다면 다음 회를 준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고민하는 도전은 '매회 무엇을 하면 웃길 수 있을까. 뭘 하면 재밌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래서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멤버들은 오랫동안 하고 싶지만, 언제가 되는 그 날까지 모든 것에 감사하며, 한 회 한 회 준비하겠습니다." 길지 않은 3,4분 여의 소감이었지만 유재석은 물론 멤버들까지 뭉클한 순간이었다.
이날 유재석은 간담회를 마치고도 다른 멤버들과 다르게 오랫동안 간담회장에 머물렀다. 기자석으로 와서 직접 악수를 청하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선물로 제공됐던 '무한도전' 모자에 일일이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마치 자신의 집에 방문한 손님들을 정성스레 접대하는 안주인같이 말이다. 그에게 '무한도전'은 집인가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