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스물 여덟 살이 된 KBS '가요무대'가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한독 수교 130주년과 근로자(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공연을 여는 것.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3일 오후 4시(현지시각) 독일 보쿰시에 위치한 루르 콩그레스 보쿰(Ruhr Congress Bochum)에서 막을 올리며,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 등 가수 15명과 KBS 관현악단, 합창단, 무용단 등으로 구성된 100여명의 공연 제작팀이 화려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요무대'의 양동일 PD와 김동건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러면서 양 PD는 올해 초 독일로부터 한 장의 편지를 받았던 사실을 전해줬다. KBS 사장 앞으로 부쳐진 이 편지엔 '가요무대'가 독일을 찾아와 희망을 달라는 파독 광부 모임과 파독 간호사회의 간곡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양 PD는 "우리로선 그 분들이 '가요무대'를 딱 찍어서 와 달라고 말씀해주시니 영광이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60~70대가 된 현지의 전직 간호사 분들이 합창단 활동을 하는데 한국 노래를 부르면서 향수를 달랜다고 하시더라. 그 분들이 공연에도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약 100명의 전직 간호사 합창단은 이번 '가요무대'의 독일 공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오랜 시간 동안 '가요무대'를 이끌어온 김동건 아나운서는 '가요무대'의 얼굴이다. 베테랑 아나운서인 그에게도 이번 공연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의 첫 마디는 "보람 있습니다"였다. 그리고 "감개도 무량하다"고 했다. 50년 전,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로 떠났던 1963년. 같은 해에 그는 아나운서가 됐고,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가요무대'와 함께 독일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년 전엔 근로자 파독 30주년을 맞아 공연을 했었다. 김 아나운서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떤 분들은 여덟 시간 동안 자동차 운전을 해서 공연을 보러 왔었죠. 그래서 세 시간 반 정도 녹화를 보고 다시 자동차를 타고 돌아가는 강행군을 하는 동포들이 여럿 있었어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 짓고, 울고, 대단했죠. 우리가 가서 위문을 드린 게 아니라 환영만 대단하게 받고 온 기분이 들었어요."
독일 현지의 방송 스태프들이 깜짝 놀랐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 사람들이 이게 도대체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했어요. 방송을 평생 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본 적 없다고요. 세 시간 반 동안 녹화를 하는 동안 화장실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어떻게 관객들이 한발짝도 안 움직이고 있냐'고 할 정도로 대단히 호응을 받았어요."
그는 "파독 1세대 근로자들이 어느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저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 '가요무대'가 가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시 듣고 싶은 그 시절 그 노래
'가요무대'의 독일 공연은 8월 3일 녹화 후 8월 12일과 19일, 2부에 걸쳐 방송된다. 해외에서 펼쳐진 가요 공연이 이틀에 걸쳐 2부로 전파를 타는 것은 이례적인 일. 그만큼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 참여할 가수들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양 PD는 "'노란셔츠의 사나이'나 '고향만리', '비 내리는 고모령' 등 파독 근로자들이 청춘을 추억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노래를 꼽았다. 그리고 그 노래를 잘 소화할 수 있는 가수들을 초청했다"며 "독일까지 비행기를 타고 11시간이나 걸리지만, 가수들도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독일 공연을 통해 또 다른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게 된 '가요무대'. 김동건 아나운서는 "나 말고 후배들이 '가요무대'를 맡더라도 앞으로 '가요무대'만큼은 오랫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가요무대'를 시작할 때 '여기 오신 연세 많은 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이 프로그램은 계속 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커다란 착각이었어요. 누구나 나이를 먹잖아요. 지금 '가요무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예전엔 다들 20, 30, 40대였거든요. 또 요즘엔 연세 많으신 분들이 젊은이 같으세요. '가요무대' 현장에서 보면 젊은이 못지 않게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노래를 따라부르시거든요."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