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김종학 PD 자살,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나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7-24 08:22


김종학PD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대한민국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김종학 PD가 23일 자살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표 드라마 감독이었던 그가 죽음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SBS드라마 '신의'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된 피소가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리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김 PD는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연출가로서 한국 드라마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제작자로서는 어두운 부분이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까지 그를 괴롭혔던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된 소송이었다. 최근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는 배우 김희선으로부터 피소된 출연료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1억 3600만원을 지급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의 밀린 출연료가 1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김 PD는 배임 및 횡령, 그리고 사기 혐의로도 피소된 상태로 심적 부담이 컸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단지 '신의' 한 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전작 MBC드라마 '태왕사신기'(2007)도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함께 세트장을 지은 업체에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소송당했다. 이같은 송사에 휘말리며 김 PD는 자신의 이름이 걸려있는 '김종학 프로덕션'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그는 재기를 꿈꾸며 '김종학&컴퍼니'를 설립하고 영화 수입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홍콩 영화 '샤오린: 최후의 결전'(이하 샤오린)이 바로 그 것. 하지만 이 영화조차 김 PD의 손해를 키웠다. 소림사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천장지구'의 첸무싱(진목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더화(유덕화) 판빙빙 청룽(성룡)이 주연을 맡아 한국에서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샤오린'은 전국 관객 4만 5275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만을 모은채 흥행에 참패하고 말았다. 김 PD의 한 측근은 "김 PD가 '샤오린'에 대한 기대가 꽤 컸다. 이 영화만 흥행하면 그간 손해를 다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성적을 거뒀다"고 귀띔했다. 이때부턴 손해가 손해를 키우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 측근은 "사실 자신이 아끼며 소장해온 미술품 등을 모두 팔아야할 정도로 어려웠다. '신의'를 하기 전 개인 빚이 20억이 넘는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해 절치부심해 '신의'를 연출했지만 이마저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김 PD는 비탄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 PD의 죽음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명확히 보여주는 일이라 관계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김 PD는 23일 경기도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시텔 관리인 이모 씨는 이날 오전 10시 18분께 고시텔 방 침대에 누워 숨져있는 김PD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 PD가 이틀동안 머물던 고시텔 욕실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었고, 출입문 틈에는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방에서 발견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