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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끝나면 마쌤 댁에 놀러가도 돼요?" 집밖 나들이를 잘 하지 않는다는 고현정에게 아이들이 물었다. 그의 답변은 "콜!" 대신 한가지 조건을 달았다. "음식은 배달시켜 먹자꾸나."
'여왕의 교실'의 배경이 되는 6학년 3반 교실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사회와 비슷하다. 왕따 문제도 꽤 사실적이라 일각에선 잔혹동화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진민 CP는 "드라마를 위해 현실을 과대 포장하지 않았다"며 마선생의 교육관을 대변했다. 김 CP는 "취재 과정에서 더한 상황들도 있었지만 거의 배제를 했다. 원작도 우리 상황에 맞게 차용했다. 어른들이나 부모들 입장에선 잔인해서 보기 싫을 수도 있다. 우리 드라마의 목적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걸어갈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이게 마선생 교육철학의 핵심이다. 대본과 연출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CP는 "아역배우들과 고현정이 힘든 가운데서도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하고 있어서 눈물이 날 때도 있다. 특히 고현정이 현장에서 의욕을 많이 보여줘서 '역시 고현정'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면서 배우들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고현정을 치켜세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6회 방송에서는 아이들이 수영강습을 받는 장면이 그려졌다. 촬영에 앞서 고현정은 사춘기에 접어든 아역배우들의 생리현상을 일일이 체크해 보고 촬영 스케줄을 다시 잡자고 제작진에게 건의했다. 고현정은 "연출자와 제작진 대부분이 남자라 그런 부분까지 생각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건 미리 물어보고 배려해야 한다. 더구나 수중 촬영이라 안전에 집중해 촬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리스마 안에 다정함을 숨긴 고현정은 아역배우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촬영 대기 중에는 아역배우들이 고현정에게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축구가 끝나도 공이 많이 남는 나라는 남아공" "오렌지를 먹은게 얼마나 오랜지" "고아라는 고라아" 등의 농담을 들려줬다고 한다. 고현정은 "성인 연기자들과는 별것 아닌 걸로도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이 친구들과는 진짜만 말하게 된다"면서 즐거워했다.
그는 "이 친구들을 언제 또 이렇게 만날까 싶다. 나이만 어릴 뿐이지 굉장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아이들을 눈에 담아두려고 한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있구나 생각하곤 한다"고 애틋한 마음을 덧붙였다. 그러곤 "우리집에 놀러올 때는 감독님도 빼놓고 매니저도 빼놓고 오라"며 아이들과 장난스럽게 눈을 맞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