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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극의 대모'가 돌아왔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가 20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예상했던 대로 시작부터 불륜과 비상식적인 설정이 난무했다. 막장드라마는 아니라고 항변하던 제작진의 얘기는 결국 가림막에 불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로라 공주'는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첫 장면부터 금성의 불륜으로 시작했다. 금성은 아내(이아현)를 스파로 불러내 함께 마사지를 받던 중에 이혼을 통보했다. 금성의 아내는 황당해하며 "토끼 주제에"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금성은 "식어빠진 사발면"이라고 대꾸했다. 이혼을 요구하는 장소는 물론이거니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성적인 대화까지 모두 상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금성의 이혼을 적극 동조하는 왕성과 수성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불륜녀가 35살 처녀라는 말에 왕성과 수성은 동시에 "대박"이라며 감탄했고 "같은 남자로서 부럽다"고도 했다. 어머니 앞에 불려가서도 두 형제는 금성의 이혼을 적극 지지하면서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힘을 보탰다.
황마마의 누나들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저녁 무렵 다급하게 집에 들어와서는 동화 속 왕자님처럼 고요하게 잠든 황마마의 침대 주위에 둘러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불경을 외웠다. 황당무계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는 동시간대 1위로 출발했다. 시청률은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전작 '오자룡이 간다'가 19.7%로 종영한 것과 비교하면 낮지만, 수치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자극적인 설정 덕분에 '오로라 공주'의 흡인력도 상당한 편이라 향후 시청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방극장은 주시청층이 중장년층으로 집중되면서 막장드라마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침극과 일일극은 물론이고 주말극과 미니시리즈까지 출생의 비밀과 불륜, 치정극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임성한 월드'는 이런 추세에 정점을 찍었다. 연출자 김정호 PD는 "가족 안에도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상처를 많이 주는 존재다. 가족을 사랑하는 존재로 그릴 수도 있고 불화의 존재로 볼 수도 있다. 아들이 철든 아버지 같고 아버지가 철없는 아들 같은, 관계가 도치되는 묘미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 안의 리얼리티"라는 설명은 1회부터 어긋났다. 더구나 이런 자극적인 이야기가 15세 관람가 등급이란 것도 의아하다. "밝고 경쾌한 이야기로 풀어가겠다"는 제작진의 말에 진정성 있었는지 앞으로도 지켜볼 일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