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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이에 한태상은 네가 보는 앞에서 무릎 꿇기 싫었고 네가 맞아서 나도 때렸다고 해명하면서도, 좋아하는 여자앞에서 패싸움 한 것도 부끄러운데 그걸 네 앞에서 미주알고주알 말하라는 거냐면서 발끈했다. 한태상입장에선 그럴 만했다. 살면서 우연히 한 번 싸운 것도 아니고, 한동안 조폭생활을 했던 남자가 또 다시 주먹질을 해댔으니, 그 얘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주먹질, 조폭생활의 과거, 이미지는 한태상의 콤플렉스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자앞에선 더욱.
그래서 한태상은 서미도를 데리고 데이트코스로 자신의 옛집을 찾고, 학교를 찾았던 것이다. 그가 조폭이었던 어두운 시절이 아닌, 자신이 가장 밝고 순수했던 시절로, 미래에 대해 희망을 꿈꾸던 과거로 그녀를 데려가, 나는 원래 이런 남자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조폭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폭이었던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 대신 이젠 학창시절의 순수했던, 희망에 부풀었던 마음을 품으며 살고 싶다.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서미도 너다. 그러니 어둡게 살아온 나를 네가 이해하고 늘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돌려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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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도에겐 한태상의 이벤트나 커플링과 같은 형식적이거나 화려함이 먼저가 아니다. 한태상이란 남자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다. 꼭 여자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방에 대해 시시콜콜까지는 아니더라도, 궁금한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알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태상은 결혼을 얘기하지 않는가. 부부가 될지도 모르는데, 연인관계에서부터 감추는 모습이 많다고 느껴지면 문제가 꽤 심각한 것이다.
서미도가 회사에 대해, 일에 대해,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보면, 한태상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너는 몰라도 된다고 말한다. 그냥 걱정하지 말고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그것을 한태상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서미도에게 늘 그래왔기 때문에 더욱. 그러나 자존감이 강한 서미도에게 그건 배려가 아니다. 더 이상 서미도는 재수생도, 대학생도 아니다. 어엿한 사회인이다. 그래서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대화마저도 거부하곤 하는 한태상을 권위적인 남자라고 오해할 수 있다.
서미도는 한태상의 커플링을 거절했다. 눈에 보이는 커플링보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화가 필요했다. 서미도는 커플링을 거절하는 대신 그동안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솔직한 대답을, 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으로 삼으려 했지만, 한태상은 알러지 반응을 보이듯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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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상의 그 발언속엔 말 그대로의 의미도 담겨있다. '남자가 사랑할 때' 6회의 시작부분에서 한태상은 서미도에게 커피를 건넸다. 그러자 서미도는 사내에서 애인인 척 티내지 말라며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태상은 실망했다. 서로 사랑하는데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여전히 서미도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진 않는다는 생각으로 씁쓸했다. 때문에 한태상은 친동생같은 이재희(연우진)에게도 서미도와의 관계를 말하려다 멈췄다.
여기에 한태상은 백성주(채정안)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우리는 친구일 뿐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음에도, 백성주는 날 헷갈리게라도 해달라며 폭풍눈물을 쏟았다. 매일 전화하고 문자도 보내고, 가끔 만나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자며, 날 좋아하는데 말을 못할 뿐이란 착각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백성주를 보며, 한태상은 미안해하면서도 답답해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데에도, 여전히 자신을 놓지 못하는 백성주를 보며 한태상은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드라마 남사 6회 방송에서, 한태상은 사내커플을 공식선언하기 싫은 서미도와 억지커플을 상상하면서 집착하는 백성주를 겪었다. 한태상은 꼬여가는 듯한 관계도를 서미도가 커플링을 받아주고 베어주길 기대했다. '사랑=커플링=사내공식연인'으로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하고 싶은 남자 한태상. 하지만 서미도가 커플링을 거절하며 패싸움얘기를 꺼내자, 결국 한태상은 '여자들은 뭐가 그렇게 복잡해!'로 폭발했다. 모태솔로스럽게 너가 아니라 여자를 싸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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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한태상과 서미도의 이유있는 사랑의 위기였고 엇갈림이었다. 연인이라면 충분히 오해하고 틀어질 수 있는. 그럼에도 서미도는 한태상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언젠간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질 것이라 생각했기에, 눈높이를 맞추며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변할 수 있는 남자라고 믿었기에, 한태상이 남긴 커플링을 목에 걸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서미도가 한태상과 이재희를 어장관리하기 위해서로 볼 수 없었다. 서미도로선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반지는 끼라고 있는 것이지만, 한태상이란 남자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잠시 목에 걸어둔 셈이다. 한태상에게 상처와 실망을 주기 보단, 기회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서미도의 영리한 선택. 커플링이 서미도의 목에서 손가락으로 옮겨지는 건 한태상에게 달렸다. 서미도가 여자라서 복잡한 게 아니다. 한태상이란 남자가, 주변이, 상황이 서미도를 복잡하게 만든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 서미도는 한태상하기 나름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