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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9시대는 버린 시간대? NO! 이제는 '전쟁터'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3-25 16:25 | 최종수정 2013-04-08 07:00



과거 지상파 방송에서 평일 오후 9시대는 마의 시간대로 불렸다. KBS1과 MBC에서 프라임 뉴스를 방송한 탓에 KBS2와 SBS는 제대로된 경쟁을 하지도 못했다. 그저 때우는 시간대라고 인식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평일 9시 시간대에서는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평일 9시대를 가장 강화하며 전면전을 선포한 곳은 MBC다. MBC는 이번 봄 개편을 맞아 전략 상품을 9시대에 배치했다. '허준' 이야기는 MBC에서 불패신화를 자랑하는 효자 상품이다. 그런 드라마를 일일극으로, 그것도 오후 9시대에 배치했다는 것은 이 시간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짐작케 한다. '구암 허준'은 아직 6~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일극에 '특별기획'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인 만큼 기대감은 꽤 높다.

게다가 '구암 허준'이 끝난 후에는 컬투가 진행하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 '컬투의 베란다쇼'를 배치했다. 입담에 일가견이 있는 컬투가 사회 곳곳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컨셉트로 매일 30분씩 전파를 탄다. 8시대로 뉴스를 옮기며 이미 이 시간대를 선점하고 있는 SBS와의 경쟁에서 단박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인 것.

KBS2는 화요일 '1대100', 수요일 '비타민'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목)에는 '황금카메라'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배치해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황금카메라'는 시청자 참여형 '쇼양(버라이어티+교양)' 프로그램으로 시청자가 촬영한 동영상을 놓고 연예인 패널들이 경쟁을 펼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조우종, 이지애 아나운서와 샤이니 온유가 MC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금요일에는 지난 2월부터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이하 가족의 품격)를 배치해 시청률 공략에 나섰다. '가족의 품격'은 콩트와 토크쇼가 융합된 형태로 지난 해 추석 파일럿 형식으로 방송돼 호평을 받은 이후 정규 편성돼 전파를 타고 있다. 이경규와 이정민 아나운서가 MC를 맡은 '가족의 품격'은 8~9%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사진캡처=KBS
가장 느긋한 것은 역시 SBS다. 9시대를 늘 선점해왔기에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많이 확보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BC의 공략에 맞서기 위해 이번 봄 개편에서 여러가지 편성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투나잇'을 배치해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기존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때문에 월요일 '생활의 달인', 화요일 '현장21', 수요일 '한밤의 TV연예', 목요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금요일 '궁금한 이야기 Y'의 포맷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SBS의 평일 오후 9시대 프로그램의 특징은 대부분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장감 높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청률도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어 이 시간대가 은근히 시청률 재미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평일 오후 9시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방송사에서도 버릴 수 없는 시간대라는 판단에서다. MBC의 입장에서는 '뉴스데스크'의 고정 시청자들을 꾸준히 끌고나갈 필요가 있다. 또 SBS와 KBS2는 선점하고 있던 시간대를 빼앗길 수 없는 입장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직 특출난 프로그램이 등장하지 않아 더 치열하게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 독보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전까지 치열한 평일 오후 9시대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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