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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뒤틀린 자유로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02-19 13:12 | 최종수정 2013-02-19 13:12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가 첫 선을 보였다.

'스토커'는 니콜 키드먼,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데다 미국 Fox 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를 통해 국내에서도 '석호필'이란 애칭을 얻은 인기 스타 웬트워스 밀러가 8년 여에 걸쳐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버라리어티, 할리우드 리포트 등 해외 유력 언론이 "박찬욱 감독은 히치콕 감독의 놀랍고 기이한 스릴러와 동화적 요소, 현대적인 감각의 뒤틀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냈다",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을 새로운 세대의 히치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해줄 것"이라는 등 극찬을 쏟아내 2013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혀왔다.

19일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스토커'는 '기이함' 그 자체다. '친절한 금자씨', '박쥐', '올드보이' 등 파격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사회 윤리와 도덕, 종교에 대한 의문을 통해 캐릭터를 극단적인 상황에 몰아넣으면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면을 드러내온 박찬욱 감독다운 설정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선 극중 캐릭터는 고풍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감옥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스토커가(家)에 고립돼 있다. 주인공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는 평소 아버지와 사냥을 즐기는 것 외엔 타인과의 접촉이 없었던 인물이다. 어머니 이블린(니콜 키드먼)과의 스킨십조차 거부한다. 이블린은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자신을 거부하는 딸 사이에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미스테리한 삼촌 찰리(매튜 구드) 역시 스토커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핏줄에 집착한다.

이처럼 '스토커' 속 인물들은 '고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8세 생일에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가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삼촌의 등장에 경계심을 느끼는 인디아와 달리 이블린은 젠틀한 찰리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버지를 시작으로 가정부, 고모,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져가는 과정에서 인디아는 찰리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동시에 자신의 성적 취향을 자각하며 뒤틀린 자유로움마저 느낀다. 영화는 18세 소녀의 성적 자각이란 소재와 스릴러란 장르를 결합, 인간의 뒤틀린 자유와 욕망,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 특유의 '불친절함'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대사를 통해 알기 쉽게 인물들의 심경 변화와 미스테리를 설명해 주는 대신, 음악과 시각적 은유로 메시지를 표현해냈다. 인물의 의상, 집안 인테리어, 주제곡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으므로 이를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 싶다.

'스토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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