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안방극장은 스타PD 각축장, 누가 국민드라마 만들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08 15:09 | 최종수정 2012-10-09 08:49


사진제고=MBC

월화 안방극장에 '명장'들의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MBC '마의'의 이병훈 PD, SBS '신의'의 김종학 PD, KBS2 '울랄라부부'의 이정섭 PD가 그 주인공. 시청률 대박을 터뜨린 '국민 드라마'를 만들어낸 스타 PD들의 자존심 싸움이 자못 흥미롭다.

세 스타 PD 중 선봉장은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다. 2003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방송된 '대장금'으로 최고시청률 57%를 찍었다. '대장금'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미국 등지에까지 수출돼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대학교 입시에서 한의학과 커트라인까지 높였다는 '허준'을 비롯해 '상도' '이산' '동이' 등 연출작이 모두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를 얻었다. 68세의 노장은 '사극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린다.

이병훈 PD가 새롭게 선보인 작품은 MBC '마의'다. '허준'과 '대장금'을 잇는 세번째 한의학 드라마로, 말을 고치는 수의사 마의에서 임금을 고치는 어의의 자리에까지 오른 실존 인물 백광현의 일대기를 그린다. 이병훈 PD의 장점은 철저한 고증이다. 문헌에 기록된 이야기를 창조적으로 해석하되, 시대상을 재현하는 데는 엄격하게 사실성을 추구한다. 경기도 용인의 MBC 드라미아에 60억원짜리 세트장을 지었고, 극 중 전의감 입학식 장면에만 1억원을 쏟아부었다. 이병훈 PD는 급변하는 시대적 감각에 맞추기 위해 '젊은 피' 최정규 PD와 공동 연출한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물을 그려야 하는데 내가 고령이라 옛날의 경험밖에 없다"고 겸손해하며 "젊은 감각을 지닌 최정규 PD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서 젊고 활기차게 드라마를 그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방송가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지만 첫 주 방송에선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얻었다. 전작 '골든타임'의 15%대 시청률을 지키지 못하고, 8~9%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드라마의 스케일과 연출감각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년 3월까지의 대장정이 웃음으로 마무리될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제공=콘텐츠케이
'마의'와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KBS2 '울랄라부부'는 뜻밖의 선전으로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이혼한 부부가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코믹한 설정과 배우들의 실감나는 부부 연기에 힘입어 첫 주에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울랄라부부'가 '마의'를 앞지를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연배우 김정은조차 "'마의'와의 경쟁이 두렵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대중적 코드를 요리하는 솜씨가 남다른 이정섭 PD는 주변의 우려를 보기 좋게 깨뜨렸다. 심상치 않은 초반 분위기가 이정섭 PD의 전작 '제빵왕 김탁구' 때와 비슷하다. '제빵왕 김탁구'는 출생의 비밀과 복수극의 코드가 '막장'을 답습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최고시청률 49%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청률도 매회 거침없이 상승세를 탔다. 이뿐만 아니다. 이정섭 PD가 지난 해 연출한 '영광의 재인'도 최고 시청률 20%로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차기 명장감으로 손꼽히며 KBS 드라마국의 대들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SBS엔 '신의'의 김종학 PD가 있다. 김종학 PD는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 등의 작품으로 한국 드라마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명장 중의 명장. 2007년 방송된 MBC '태왕사신기'는 최고시청률 35%를 기록했고, 1995년 방송된 SBS '모래시계'는 무려 64%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퇴근을 서두르는 시청자들이 많아서 '귀가시계'라는 신조어까지 얻었고, 실제로 '모래시계' 방송 시간엔 유동 인구가 줄었다는 에피소드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김종학 PD와 영광의 순간을 합작했던 송지나 작가는 이번 작품 '신의'에서도 의기투합했다. 현대 여의사가 고려시대로 거슬러간다는 판타지 설정과 고려 말의 시대적 혼란상을 하나의 극으로 엮어낸 감각과 구성력이 탁월하다.

다만 시청률에 있어선 아쉬움이 크다. 중반까진 경쟁작 '골든타임'에 밀렸고, 후반부에선 '마의'와 '울랄라부부'의 경쟁에 스포트라이트를 내줬다. 그러나 월화극 3편이 시청률 10% 초중반대에서 서로 지분을 나누며 '절대 강자' 없이 팽팽한 3자 구도를 이루는 건 '신의'의 선전 덕분인 이유가 크다. '신의'는 10% 안팎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고정시청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과소 평가되기엔 시청률 숫자가 결코 작지 않다.

필모그라피에 '국민드라마' 두세 편을 올려놓은 명장들 중 누가 또 한번 국민 드라마의 영광을 재현할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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