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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게임사 '블리자드'의 위기, 게임계에 미칠 영향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3-04 16:34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 시리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세계적인 히트 게임 제조사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일(한국시각)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 전세계 게임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던졌다.

블리자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약 60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450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으니, 10%가 넘는 많은 인력이다. 다만 600명 가운데 개발팀 해고는 10% 정도로 최소화시키고, 나머지 90%는 게임 마케팅, 기획, 운영, 영업 등 비개발팀의 인력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에 따라 현재 3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블리자드코리아도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최대 게임사인 블리자드의 인력 감축은 게임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게임산업은 전세계적인 위기에도 불구,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지속적인 인력 충원과 투자가 이뤄지며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1인자는 없다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공동설립자 겸 CEO는 이날 발표문에서 "조직 내 팀들과 업무절차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조직을 거대하게 성장시켜왔고,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를 해왔다"며 "하지만 조직의 변화하는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오는 6월 출시설이 나오고 있는 '디아블로3'를 포함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판다리아의 안개', '블리자드 DOTA', '스타크래프트2'의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 등 향후 줄줄이 선보일 신작 게임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돈줄'이라 할 수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하락세가 뚜렷한 반면 '디아블로3'가 출시되기 전까지 공백을 메워줬어야 할 '스타크래프트2'가 예상외로 부진을 면치 못하며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적발표에 따르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유료회원은 지난해 4분기에만 10만명이 감소했다. 유료회원은 2010년 1200만명에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말 1020만명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는 2010년 16억6000만달러(1조8540억원)에서 지난해 12억4300만달러로 25%나 감소한 매출액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실적 이외에도 블리자드의 명성에 흠집이 가는 일이 많았다. 우선 요즘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가 초창기 투자를 제안했을 때 이를 거절하는 실수를 범했다. 여기에다 '스타크래프트2'를 출시하면서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저작권 분쟁을 일으켜 초반 바람몰이에 실패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등 위기를 자초했다. 또 밸브사와 'DOTA' 관련 상표권 소송을 하고 있고, 최근 '디아블로3' 총괄개발자가 퇴사하는 등 악재도 겹쳤다.


어느 산업에서도 영원한 1인자는 없다.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는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끊임없이 새롭고 독창적인 신작을 요구하는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게임산업에선 더욱 그렇다. 이번 사례는 세계 최고의 개발력과 게임을 가진 블리자드도 여기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물론 일시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일 가능성이 높다. 게임사의 핵심인 R&D 인력의 해고를 최소화 시켰다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블리자드도 재도약을 위한 가장 큰 원동력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게임 출시라는 가장 기본적인 해법은 잊지 않았다. 다만 마케팅과 영업 등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지원 부서 인력의 감축으로 퍼블리싱에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이는 국내 게임산업과 게임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블리자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게임사에 라이벌의 위기는 희소식일 수 있다. 만약 블리자드가 이번 일로 '디아블로3'의 출시 시기에 영향을 받는다면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등은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만만치 않다. 정부는 게임의 문화적, 교육적, 경제적, 사회적 함의를 제대로 인식 못한 채 학교폭력 등 청소년 문제의 근원으로 낙인찍고 사전 심의나 셧다운제, 쿨링오프제 등 이중삼중의 규제로 산업을 억누르고 있다. 게임사들도 신작 출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기존 게임의 몰입성만 증가시킨다거나, 값싼 외산 게임을 퍼블리싱하는데 그치고 있는데다 사회적 책임을 잊은 채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등 비난을 자초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엄청난 자금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한국과의 수준 격차를 많이 따라잡은 상황. 게임 전문가들은 "블리자드의 위기는 히트 게임을 만들고 트렌드를 선도하면서도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충격적인 예"라며 "한국 게임산업이 대내외적인 악재를 딛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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