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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해외뮤지컬들의 흥행 각축으로 뜨거운 요즘,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한 편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지난 18일 막을 올린 음악극 '백야'(연출 최용훈). '음악극'이라는 절충적인 표현을 썼지만, 연극보다는 뮤지컬에 훨씬 가깝다.
단순한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넘어서 인간과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메시지도 가슴에 와닿는다.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넘어, 자신의 삶의 목표와 의미 속에서 항일 투쟁을 자리매김시키고, 당장 눈앞의 승리가 아니라 광복 후 세계상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김좌진의 메시지는 인물 자체를 입체화시키고, 지금도 여전히 귀기울일만한 현재성을 부여한다.
음악적 구성과 무대 세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군더더기 장면이 거의 없었고, 긴장과 이완의 구조속에서 흥미를 잃지않으면서 항일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냈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수십년간 내공을 쌓은 최용훈 연출의 감각이 돋보였다. 제작비를 더 투자한다면, 스펙터클한 청산리전투 장면도 삽입한다면, 훨씬 세련된 무대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신시컴퍼니 제작, 3월4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