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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명민 "스스로 A급이라 생각하는 배우들, 안타까워"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1-06 15:48


배우 김명민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1.05/

'명품 배우'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 김명민. 흠 잡을 데 없는 연기 탓에 마냥 진중한 성격일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명민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했다. 좋아하는 걸그룹을 묻자 "없다"면서도 "모두가 좋아하는 소녀시대?"라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김명민의 솔직담백한 얘기를 들어봤다.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 참 많은데…."

김명민은 영화 '페이스 메이커'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라톤에서 다른 사람의 레이스를 돕기위해 뛰는 페이스 메이커 주만호 역을 맡았다. 지난 2009년 제 3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내 사랑 내 곁에'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김명민에게 "올해도 수상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슬쩍 물어봤다. 1초만에 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이 제겐 버려야 할 1호예요. 스스로 인정하려 들고 자꾸 뭔가를 바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의 좌우명이 '스스로 인정하지 말자'와 '노력한 만큼 결과는 반드시 온다'는 겁니다. 상을 주시거나 남들이 인정해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거지, 나 스스로 인정하는 건 폐망의 지름길입니다."

자만에 빠진 일부 배우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보면 남들은 인정을 안 하는데 자기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배우들은 상품이거든요. A급, B급 등급이 나눠져요. 그런데 냉정하게 얘기해서 자기 스스로 '나는 A급, B급이다'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불쌍해요."

"내가 가진 매력, 일부러 떨어트렸다."

뛰고 또 뛰었다. 마라톤 선수 역을 맡은 만큼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20km씩, 많게는 30km도 넘게 달렸다. 인공치아까지 하고 다소 '모자란' 외모로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김명민은 "이번 작품에선 내가 가지고 있던 매력을 일부러 떨어트렸다"고 밝혔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주만호를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서였다.


"어떤 분들은 왜 굳이 인공치아까지 했느냐고 그러시기도 했어요. 김명민의 매력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인데 그걸 왜 버렸느냐는 거죠.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은 김명민이 아니라 주만호잖아요. 후배들에게 무시당하는 어눌한 인물인데 중저음톤으로 멋있게 말할 순 없었습니다."

이어 배우로서의 확고한 가치관을 털어놨다.

"여러 사람의 삶을 대변해준다는 건 배우로서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본에 쓰인 밋밋한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건 배우의 몫이거든요. 그 인물 안으로 들어가서 연기를 하는 건 굉장히 매력 있는 일이에요. 저는 주만호도 지금 어디엔가 살아서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설프고 게을리하면 관객들은 그 인물을 실제라고 생각할 수가 없죠. 관객들에게 진정성과 믿음을 줘야 합니다."

"후배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장 만들었으면"

관객들에게 무한한 믿음을 주는 배우 김명민. 후배들에겐 어떤 선배일까.

"일단 주만호의 경우처럼 저를 무시하는 후배는 없고요.(웃음) 저는 후배들에게 본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저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그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행동 하나도 후배들이 그대로 배울 수 있으니까 후배 앞에선 마음대로 못합니다."

연기자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잔뜩 묻어났다. 최근 1인 기획사 M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 역시 후배 양성을 하겠다는 이유가 컸다.

"시작은 MY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였어요. 1996년이었어요. 한 지인이 어떤 신인을 좀 만나봐 달라고 했었거든요. 알았다고만 하고 차일피일 미뤘어요. 제 것 하기도 바빴거든요. 그런데 1년 후에 그 친구가 1년 동안 저를 기다렸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 친구가 바로 이번 영화에 민윤기 역으로 함께 출연했던 최태준이에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지도를 했죠."

최태준은 여전히 MY엔터테인먼트 측과 계약이 돼 있는 상황. 김명민은 MM엔터테인먼트에서 또 다른 신인을 키우고 있다.

"저는 매니저 입장이 아니라 배우 입장에서 보는 거잖아요. 후배들이 좀 더 편하게 좋은 계약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저희 회사의 설립 취지이기도 하고요."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배우 김명민 인터뷰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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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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