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노르망디의 코리안을 소설에서도 만나자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2-22 23:56 | 최종수정 2011-12-26 09:21


'노르망디의 코리안'의 모티브가 된 조선인 독일군의 사진. 사진출처=2차대전 자료 데이터베이스

'마이웨이' 스틸. 사진제공=디렉터스


21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300억 대작 '마이웨이'가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2차대전 중 노르망디 해전에서 연합군에게 포로로 붙잡힌 한 조선인 독일병사. 그가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다시 독일군으로 군복을 갈아입어야 했던 드라마틱한 사연은 2005년 SBS에서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2부작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노르망디의 코리안'은 영화화에 앞서 여러 편의 소설로도 탄생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세 번이나 포로가 되어 전장에 투입됐던 실존 인물의 기구한 여정을 뼈대로 삼아, 작가의 상상력을 살점으로 붙였다.

조정래 작가는 2007년 '사람의 탈'(원제:오 하느님)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출간했다. 스무살 나이에 일본군에 징집된 신길만이 주인공으로 노르망디에서 미군의 포로가 된 뒤 다시 소련으로 후송되어 결국 총살을 당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굵직한 대하소설을 집필한 작가는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과 작가정신을 바탕으로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보여줬다.

'마이웨이'의 원작으로 알려진 김병인 작가의 '디데이'도 영화 개봉 직전 출간됐다. 애초에 영화 시나리오가 먼저였고,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영화와 기본 줄거리가 비슷하다. 어린 시절 일본인 지주의 아들과 그 집의 식모의 아들로 만나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품은 채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로 성장한 한대식과 요이치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전쟁을 함께 겪으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화해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은 '노르망디의 코리안'에 부정(父情)을 더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전쟁 묘사와 인간성에 대한 탐구, 조선에 두고 온 아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애절한 독백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인터파크에서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연재되며 누적조회수 750만을 기록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8편의 장편소설을 낸 소설가이자 1월 개봉을 앞둔 '원더풀 라디오'를 비롯한 다수의 시나리오를 쓴 시나리오 작가, SBS 라디오 PD 등 이재익 작가의 다채로운 이력도 눈길을 모은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로 여러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노르망디의 코리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실화가 주는 감동에 덧붙여 다채롭게 변주된 다큐멘터리와 여러 편의 소설,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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