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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빠진 게임물등급위원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12-04 14:46


민간 이양을 전제로 만들어진 한시적인 조직임에도 영구 존속화를 꾀하고 있던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다시 한번 사면초가에 빠졌다.

규제개혁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형평성 논란과 전문성 결여, 위헌성 등이 지적된 가운데,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게임위의 국고지원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회에서도 여야 막론하고 게임위의 발전적 해체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여기에다 법적 분쟁에서도 패하며 업체로부터 거액의 피해배상 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민주당)은 지난 2일 '권력화된 게임위, 이제 페이드아웃(fade out·일몰) 돼야'라는 공식 성명을 내고 게임위의 해체를 주장했다. 지난 2005년과 2007년, 그리고 2009년 등 세차례의 국회 문방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게임 담당 주무부서인 문화부와 게임위는 국고 지원이 없는 민간 권한 이양 자율심의를 계속 약속하며 수명을 연장했는데, 지난 11월 문화부에서 게임위의 영구존치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성명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부 법안심사 과정에서 게임위는 3번의 거짓말을 하며 국회를 농단했다. 당연히 '삼진아웃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 의원이 공개한 법안소위 속기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2009년 12월10일 국회 문방위 소위에서 성윤환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3년 동안 뭘했나?"라고 질타했고, 변재일 의원(민주당)은 "자해공갈단 같다. 내년쯤이나 후년쯤에는 한시조항을 폐지해 달라 이렇게 들어올 거다. 한시조항 없애자고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종율 문화부 콘텐츠정책관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으며, 게임위 이수근 위원장은 "반드시 2년 내에 (민간 이양)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성명서에서 게임물 등급보류, 등급거부 등의 행정력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위헌이며, 과거 게임물 등급을 책임졌던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분리된 조직인데 현재 영등위(38명)의 3배(95명)나 되는 큰 조직이 됐음을 지적했다. 또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를 비공개로 변경해 등급 심사 이유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폐쇄성, 게임 심의를 대신 받아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업자가 생길 정도로 공정성이 결여된 불투명성을 질타했다. 이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강승규 의원(한나라당)이 아케이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등급 거부가 94%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미 밝혀진 사실. 이처럼 권력이 집중되면서 각종 비리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몇몇 수사기관에선 게임위 직원들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게임위는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아케이드게임 제조업체 다조인이 게임위를 상대로 청소년이용불가 아케이드게임에 대해 내용 수정 신고 반려 및 등급거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다조인이 승소한 것. 재판부는 "게임위가 법률에 기반을 둔 게임물등급분류 심의규정이 아닌 '청소년이용불가 아케이드 게임물 신청 가이드라인'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는데, 자의적인 잣대로 사행성 유기기구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위의 등급거부 처분에 의해 이 업체가 당한 손해는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도 있다.

지난달까지 게임위 심의위원를 지낸 김동현 교수(세종대)는 지난 1일 열린 게임진흥법 개정안 시행령 공청회에서 "전세계에서 유일한 한국의 게임법은 규제와 진흥의 균형이 무너져 있다. '게임 과몰입'이 아니라 '규제 과몰입'에 빠져 있다"며 "게임 등급분류는 민간으로 이양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성인게임은 사행산업 담당부처로 이관시켜 청소년 게임과 성인 게임을 분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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