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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가 화려했고 스타들의 매너는 돋보였다. 하지만 '시상식'이라기보다는 '공연'이었다.
'Music makes one' 구호 걸맞네
먼저 흔히 보던 콘서트와 달리, 다양한 국적과 분야를 가진 아티스트들과의 협연 시도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오프닝부터 국내 대표 록밴드 YB와 힙합 주자 다이나믹 듀오, 슈프림팀 싸이먼 디, 바이올리니스트 손수경이 협연을 시도했다. 6분에 가까운 이 공연은 온갖 장르가 합쳐졌음에도 번잡스럽지 않았고, 다이나믹 듀오가 "무대를 불태우겠다"고 한 말처럼 정열적이었다.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과 비스트, 포미닛 현아가 함께한 '문라이트 소나타'는 이번 MAMA에서 가장 핫했다. 현아와 비스트 장현승의 키스신 덕분도 있지만, 랑랑이 초반에 베토벤 '월광소나타'로 조성한 클래식한 분위기가 관객을 현아와 장현승의 퍼포먼스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2NE1 씨엘 또한 윌아이엠의 합동공연에서 특유의 파워풀한 가창력을 보여, K-POP 대표 스타로서의 역량을 과시했다.
다채로운 협연 외에도 K-POP 스타들의 월드 스타로서의 가능성은 곳곳에서 보였다. 우선 유창한 영어가 가능한 스타들이 많아, 다국적 취재진으로부터 큰 호응을 샀다. 2NE1 씨엘, 슈퍼주니어 시원, 소녀시대 티파니 등은 미묘한 외신 질문에 통역 필요없이 영어로 매끄러운 답변을 내놓아 준비된 월드스타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팬서비스도 훌륭했다. 공연장 스크린에서 스타들이 무대 위 다른 팀의 공연에 장단을 맞추며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이는 모습은 관중을 환호하게 했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쇼맨십이 빛났다. 슈퍼주니어는 기자간담회에서 "트로피가 순금이면 정확히 나누겠다"며 마이크로 트로피를 부수려는 듯한 코믹한 모습을 보여 외신 기자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고, 다양한 언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매너도 보여줬다.
시상식인데...참석한 팀만 상받나
공연은 알차고 화려했지만, 시상식으로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이병헌 송승헌 김희선 한채영 등 쟁쟁한 톱 배우들이 시상자로 나서 "긴장감이 넘친다"며 시상을 했지만, 시상자들의 스타성에 눈길이 갔을 뿐 사실 수상결과를 놓고는 긴장감이 별로 없었다. 분야별로 분명 후보가 있었지만, 이 중 참석한 팀들에게 트로피가 돌아간다는 사실이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Mnet은 심사에 음반 판매량과 음원 순위, 시청자 투표, 전문 심사위원 심사, 전문 리서치 기관 선호도 조사, 음반 판매량, 디지털 통합차트, 선정위원회 심사 등 많은 사항이 엄중히 고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가 보기에는 이같은 기준이 별 의미가 없었다. 그저 참석한 팀들이 트로피를 나누어 가져가는 듯이 보였다.
실제로 이날 참석한 팀 중 최고의 인기 그룹인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NE1이 각각 트로피를 3개, 2개, 2개씩 나눠 가졌고,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부문도 참석하지 않은 많은 다른 후보자들을 제치고 비스트, 미쓰에이, 현아가 남녀그룹 및 솔로 부문 상을 가져갔다. 상 받을 팀에게 미리 결과를 알린 뒤 부른 것이 아닌지 미심쩍은 부분이다.
CJ E&M 측은 "그에 대해선 정확히 공지된 바가 없다"고 말을 흐렸다.
공연장에서도 열기는 후끈했지만, 관중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한 부분도 있었다. 많은 K-POP 스타들이 한국어로 무대에서 말을 했고, 중국어나 일본어 코멘트 또한 많았지만 자막이나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 한국어까지 공부한 열성 K-POP 팬들이 많긴 했지만, 영어권에서 온 일부 관중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주최측은 영어로 된 큐시트를 제공해 이런 불편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이날 3관왕 수상자인 슈퍼주니어가 지적한 '어마어마한 한류 공연 티켓 가격'이 MAMA에도 적용되는 문제라는 점도 아이러니였다. 2011 MAMA 티켓은 98~198 싱가포르 달러(약 8만6000~17만4000원)로, 10대 K-POP 팬들에게는 꽤 부담이 되는 수준의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현지 팬들은 호응했다. 한류 팬으로 '은비'라는 한국어 이름까지 스스로 지었다는 관객 준(19)은 "티켓 값은 비싸지만 TV로 보던 MAMA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