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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무서운 신예' 이제훈, 공학도에서 연기자가 되기까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1-25 00:21 | 최종수정 2011-11-25 23:22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파수꾼'으로 남우신인상을 받은 이제훈.

올해 충무로 최고의 발견은 단연 이제훈이다. 올해 각종 시상식에서 '파수꾼'과 '고지전' 두 작품으로 신인남우상을 모조리 휩쓸더니 결국 '파수꾼'으로 청룡 트로피마저 가져갔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서 다소 싱거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제훈이 걸어온 길은 결코 싱겁지 않다.

명문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안 되면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와 전공까지 바꿀 만큼 연기에 매료됐다. 돌이켜 보면, 학창 시절부터 어른들과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던, 인터뷰에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빼는 걸 모르던 극성스러운" 아이였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오가는 다양한 매력 또한 이제훈의 타고난 면모다. 숨길 수 없는 배우의 끼를 타고난 셈이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이제훈은 넘치는 끼, 그보다 더 넘치는 열정과 노력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수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실력을 키웠고, 단역 출연도 마다하지 않고 경험을 쌓았다. 이제훈이란 이름이 알려진 후, 영화 '방자전'에서 한복장이로 잠시 등장했던 장면까지 팬들 사이에 다시 화제가 됐을 정도. 그렇게 이제훈이 잠시라도 얼굴을 비춘 작품은 공식 프로필에서만 무려 18편이다. '준비된 신예'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다.

퀴어영화 '친구사이?'와 드라마 '세자매'를 통해 대중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제훈은 '파수꾼'과 '고지전'을 잇달아 극장에 내걸며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벗어났다. 특히 '파수꾼'은 이제훈의 첫 장편 주연작으로,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신선한 발견"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해진 폭력과 미성숙한 소통이 낳은 비극을 이야기한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강하고 주목받는 존재이면서도 한없이 마음 여린 고등학생을 맡은 이제훈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었다. 20대 중반을 넘었는데도 실제 고등학생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덕분에 '파수꾼' 이후 독립영화 주인공으로는 이례적으로 열성 팬들이 생겨났다. '파수꾼'은 1만 관객을 넘기기 힘든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2만 관객을 넘겼고, 팬들의 요청으로 극장에서 다시 재상영되기도 했다. '고지전'에서도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주연급 연기를 선보이며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파수꾼'으로 늘어난 팬들이 '고지전'에도 응원을 보냈다. 올해 이제훈이 거둔 성과는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트로피를 안기기가 아깝지 않았다. 근래 보기 드물게 스스로 '발품'을 들여 성장한 배우, 27세 이제훈은 그렇게 충무로의 새로운 미래가 됐다. 특별취재반

◇이제훈 프로필

생년월일: 1984년 7월 4일

신체조건: 1m78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데뷔: 2010년 드라마 '세자매'

수상: 2011년 제31회 영평상 시상식 남자 신인상

2011년 제48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

2011년 제20회 부일영화제 신인 남자 연기상

2011년 제20회 부일영화제 베스트 드레서상

대표작: 2011년 '파수꾼' '고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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