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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이자 암 전문의인 채은석 박사(엄기준)가 오진했다는 설이 있었다.
-그럼 대체 무슨 수로 담낭암에서 완치된 건가.
"의학적으로 규명할 길이 없지만, 말복이가 날 살렸다."
-말복이라니, 혹시 그 주인집 개님 말인가.
"그렇다. 주인집 할아버지가 말복에 잡아먹으려고 키우던 그 말복이를 내가 구해준 적 있지 않나. 그 아이가 어느 날 오더니 목숨을 살려준 은혜를 갚겠다며 제 쓸개를 꺼내 나에게 주더라."
-'전설의 고향'에서나 있을 법한 기적이군. 아무튼 건강하다니 천만 다행이다.
"축하받긴 이르다. 내 몸 속엔 지금도 시한폭탄이 들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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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로 '대장 내 변 퇴적건조증'이라는 거다."
-뭐?
"드라마를 제대로 안 보셨군. 길바닥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온 나한테 채은석 박사가 관장 처방을 한 에피소드 모르나. 대장 벽에 퇴적된 변이 말라붙어 강한 독성 물질을 몸 밖으로 내뿜는 그런 병이다."
-저, 저런. 그럼 <여인의 향기>라는 제목에서 말하는 '향기'가, 지금 이 냄새인가.
"평생 잘못된 배변 습관으로 복부 변 누적이 심화됐다. 발견 당시 '변 퇴적증'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치료제도 없고. 살기 위해 지금도 임시방편으로 주 2회 관장을 받고 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겠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게 맞는 말이라는 걸 통감한다. 부디 여러분은 '1일1똥'의 생활 습관으로 이 저주받은 죽음의 병을 예방하기를 바란다."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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