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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국 영화음악계에 진출하고 싶어요."
'풍산개'의 음악을 맡은 박인영 음악감독의 통큰 포부다.
미국에 체류중인 박 감독과 최근 전화로 만날 수 있었다. NYU(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한 박 감독은 현재 아티스트 비자를 받고 미국에서 작업 중이다. 윤계상 김규리 등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노개런티로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답게 박 감독은 "'풍산개'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잘 되고 있어서 정말 기쁘고, 나로선 음악이 참 괜찮다는 칭찬을 같이 받아 더욱 좋다"며 웃었다.
가요 스트링 편곡자로 이름을 알린 박 감독의 영화음악가로서의 첫 걸음이 '풍산개'다. "가요 편곡 쪽에선 제법 이름을 알렸지만 또다른 목마름이 있었어요. 그래서 첫 영화음악 작업은 정말 좋은 작품으로 하고 싶었는데, '풍산개'를 만난 거죠. 작업 계기요? 지인으로부터 전재홍 감독을 소개받아 만나게 됐어요. 음악 전공자여서 까다롭기는 엄청 까다로운데 개런티 줄 예산은 없다더군요.(웃음) 하지만 저도 막 영화음악을 시작하는 입장이라, 돈이 문제는 아니었어요. OST 제작도 열정과 욕심으로 제가 참여한 작품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한 일이에요."
가요를 편곡할 때와는 달리 영화음악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강하고 빠른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여자 감독이지만, 남자가 작곡한 것처럼 호쾌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 영화에는 드라마, 액션, 블랙코미디가 모두 있어서 제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딱 맞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 화려하고 폭이 넓은 편곡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그렇게 했어요. 다행히 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잘 모르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모든 영화음악이 영상을 보고 그에 맞춰서 만들어진 줄 알지만, 이 영화에선 상황이 달랐다고. 영화 제작 당시 미국에 있었던 박 감독은 "현장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초반 부분은 지난해 10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작곡했지요. 나중에는 마감에 쫓겨서 위장에 탈도 났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최근 성시경의 앨범 스트링 편곡 작업을 마치고 존박, 김동률과의 작업을 앞두고 있는 박 감독은 한국 영화음악 작업을 거쳐 미국 영화음악계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에 와 보니 정말 잘 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풍산개'를 통해 저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한국영화 음악을 더 한 뒤에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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